서울의 물 폭탄은 4대강 삽질에 대한 강력한 경고
100여 년 만의 물 폭탄이 수도권을 강타했다. 태풍 매미가 불어 닥친 후 기상이변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이 견해다. 대구의 모 국립대 천문기상학과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후배에게 ‘무슨 해결책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갖고 있는 모든 자료를 입력해도 예측이 안 된다”는 말에 “그런 거 연구하는 게 학자들이고 대학교수들이 할 일 아니냐”고 원망을 했더니 ‘형님, 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걸 봤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을 전후해 기초과학에 뛰어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부심과 긍지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앞날이 짱짱하게 보장된 것을 거부하며 자긍심 하나로 이 길로 뛰어든 인재들이다. 기상이변이 너무 심해 그 분야의 날고뛰는 학자들을 다 모았으나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로 지구촌이 망가졌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확 바꾸어 놓을 줄 알고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오만방자함에 대한 자연의 경고 신호탄이다.
▲ 토쿄 외곽에 설치된 홍수방지 시절.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배수구로 빠지지 못한 물을 가두어 도심에 물이 범람하지 않도록 하는 저장 시설이다. 다양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나마 이웃 나라인 일본은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재난에 워낙 시달려 대비를 해 놓았지만 우린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여 년 만의 물 폭탄이 날아올 줄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바로 우리 앞에 왔다. 광화문 네거리는 배수가 대한민국에서 하수도 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인데 그곳에 물난리가 나고 말았다. 일본처럼 홍수에 대비해 대도시 인근에 하수구를 통해 내려오는 물을 가두어 놓을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으니 당할 수 밖에 없다.
건설관련법에 의하면 도로를 비롯한 사회기반 시설 공사를 할 때 30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강수량에 맞추어 배수시설을 한다. 그런데 그 기록이 해마다 갱신되고 있다. 기상이변에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 일본과 같은 시설을 전국에 갖추려면 최소한 3~40년은 족히 걸린다. 그런 시설을 갖추고도 해마다 달라지는 기상이변 때문에 일본도 고생을 한다. 그런데 전혀 준비하지 않은 한국이 견딜 재간이 없다. 4대강 파괴에 돈을 쓸 게 아니라 이런 재난 방지에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4대강 삽질을 해댄다면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해 역류하는 일은 해마다 벌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명한 사실이다. 4대강 파괴 삽질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강력한 자연의 경고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에 순응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수 없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청계천의 물 폭탄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마라는 경고인데 이명박 정권은 외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야 임기를 때우고 나가면 되지만 국민들은 죽어간다. 우리 국민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진: 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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