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4대강 파괴로 죽어가는 낙동강 상주 경천대

녹색세상 2010. 7. 26. 11:38

점점 파괴되어가는 낙동강을 찾아서


강은 흘러야 하는 게 당연하다. 흘러야 하는 강물을 가두려는 이명박 정권의 막장 삽질이 ‘생명의 강’을 죽이고 있다. 지금처럼 단 기간에 한반도 전역을 파괴하는 공사는 역사상 없었다. 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제목으로 4대강이 파괴되어가는 현장을 돌아보는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가두어 놓으면 강물은 썩기 마련이고 죽어갈 수 밖에 없다. 전혀 죽지 않은 강을 살리겠다고 하니 지나가던 소가 슬피 울 일이다.

 

 

▲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파괴 현장. 장마철의 폭우에 대비하는 게 토목공사의 기본이건만 오직 삽질만 계속해대고 있다. (위 사진) 단밀댐(보) 공사 현장. 사진기 성능이 좋지 않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상주시 낙동면과 의성군 단밀면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아래 사진)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를 마치 거창한 전문 이론이나 되는 것 처럼 한반도 전역 파괴 삽질을 ‘4대강사업’이란 이름으로 현 정권이 저지르고 있다. 평등ㆍ평화ㆍ생태ㆍ연대의 기치를 내건 진보신당 녹색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7월 24~25일은 낙동강 상주와 안동 지역을 돌아보는 낙동강 탐사 2번째다. 고맙게도 대구에서 나를 태우러 오는 동지들이 있는데 아침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길이 엇갈려 상주로 가는 게 늦어지고 말았다.


지각한 게 미안해 20킬로그램 되는 양파 한 포대를 나누고 보니 차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 되어 더 늦어지고 말았다. 운전을 한 동지가 밤 중에 내가 있는 마을을 오다보니 길을 제대로 길을 알지 못한데다, 설명을 잘 하지 못해 고생을 시킨 것이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준 동지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런 현장을 아이들과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지만 모두 자기 생활이 바쁘니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상주의 시골 식당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들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이 도착해 점심을 먹는 상주시 중동면 소재지를 부랴부랴 달려갔다. 약속을 어기거나 지각하는 걸 싫어하는 인간이 늦게 갔으니 달리 할 말이 없지만 초행 길을 찾아가는 건 늘 어렵기 마련이다. 거기에다 네비게이션이 애를 먹여 더 고생을 했다.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상주시 중동면의 한 식당에 도착하니 일정을 진행하는 사람 좋은 장세명 씨가 먼저 반가이 맞아주었다.


온갖 일이 밀려 과부하가 걸리고도 남을 텐데 늘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 진국인 아름다운 후배이자 동지이다. 지질학을 전공하고 유학까지 갔다 온 과학도가 ‘환경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진보정당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낯익은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점심부터 먹기 바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무려 100일을 단식을 하며 겨우 대화의 자리로 끌어 낸 지율 스님이 안내를 하셨다. 민주 인사란 자들로부터 온갖 막말 비난을 받았다.


참여정부란 민주정권이 수도자가 곡기를 끊은 지 100일이 되어서야 마지 못 해 대화의 자리에 나섰는데 막장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게 기대를 한다는 건 무리다. 낙동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주 경천대를 돌아보는 게 이번 행사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다른 곳은 다 파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천대만 비워 놓았다. 너무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간 곳이라 함부로 파괴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지금 내가 있는 군위군 소보면 산골에서 구미 선산읍을 오가면서 도륙을 당하는 낙동강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오늘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순리이건만 함부로 점령하는 것도 모자라 마구 부셔 버리는 막장 삽질을 쳐다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려 견디기 어려웠다. 파괴 현장 곳곳마다 흐르는 물은 탁하기 그지없는데 ‘괜찮다’고 우기니 억장이 무너진다. 현장에 가 보면 바로 눈에 보이는데 ‘아니라’고 하니 정말 할 말이 없다.

 

 

▲ 눈으로 봐도 흙탕물만 흐르고 있다. 4대강 전역을 동시에 갈아엎기에 강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을 보고도 수자원 공사나 시공사 관계자들은 ‘괜찮다’고 우긴다. 자연의 질서를 정면으로 거역하는 막장 삽질이다.


낙동강 파괴에 군 병력까지 동원한 야만 정권


청강부대란 2군사령부 산하의 공병대가 투입된 지역으로 가는데 시공사 직원이 사진기를 들이대기에 ‘사진 찍지 마라. 초상권 침해’라고 하자 마지못해 중단했다. 정보과 형사들은  숨어서 채증을 하는 무식한 인간들이라 그런지 노골적이었다. 4대강 파괴에 얼마나 몰입했으면 군 병력까지 투입했겠는가? 현장을 보니 굴삭기가 군 장비임을 알 수 있었다. 가까이 가자 ‘군 작전구역’이란 오만방자한 안내판이 앞을 가로 막고 있어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 군 장비를 투입해 모래를 트럭에 실고 있다. (위 사진) 낙동강 파괴 현장이 군사 기밀이라도 되는지 출입과 사진 촬영까지 금지하고 있다. 군대 특유의 비밀주의가 삽질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하기야 참여 정부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란 이름의 군사작전까지 감행했는데 이명박 정권인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낮이라 그런지 굴삭기 말고는 군 장비는 서 있었다. 그런데 군 막사 가까이 가자 탄창을 삽입한 채 소총을 들고 근무를 서는 모습에 놀랐다. 후방지역에 총기 휴대도 문제거니와 탄창까지 집어넣고 서 있는 것은 ‘들어오면 쏴 죽인다’는 공포감 조성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다.


후방은 2군 사령부나 사단 경계 근무는 물론이려니와 공군 기지도 낮에는 탄창을 넣지 않고 그냥 근무를 서는데 낙동강 파괴 현장이 얼마나 중요한 군사기밀이기에 저렇게 하는지 의문이다. 분위기를 파악한 당직 장교가 달려와 ‘군사 시설물만 찍지 않으면 괜찮다’고 하는데도 현장 시공사의 직원은 밀착을 하니 더 헷갈렸다. 스포츠형의 머리에 사복을 군인이 운전하는 차에 우리 일행을 졸졸 따라다니던 시공사 직원이 타는 것을 보고 더 놀랐다.


재난 복구나 인명 구조가 아니면 군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법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해 군에 간 젊은이들을 국토를 파괴하는데 동원하는 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발상과 큰 집의 눈치만 보는 군 장성들 역시 한 통속이다. ‘이건 우리 임무가 아니다’는 말을 하는 장성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불행할 따름이다.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노골적으로 해대는 군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 육군 2사령부 산하의 청강부대의 장비가 서 있는 장면. 주말이라 쉬거나 야간작업에 군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위 사진) 강에서 퍼 올린 모래를 쌓아 올린 곳. 준설토를 처리할 공간조차 확보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연은 절대 용서를 하지 않는다.


낙동강의 지류인 안동천을 지나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소백산에서 영주 인근을 따라 흐르는 내성천을 갔다. 곳곳에 짐승이 다닌 흔적이 보이고,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와 곤충이 보일 정도로 생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영주 인근은 전혀 물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댐 공사가 진행 중이다. 흘러야 하는 물이 갇히면 본류인 낙동강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단 기간에 전 국토가 동시다발적으로 파괴된 일은 없었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막장 정권임에 분명하다.

 


‘사람은 일부 용서 하고 하느님은 늘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을 알려하지 않는 희한한 유전자를 타고난 돌연변이 집단이 아니고는 4대강 파괴를 할 수 없다. 평야 지대에다 계절별로 강수량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유럽과 달리 우수기와 갈수기에 비가 내리는 양이 엄청나게 차이나는 우리나라의 특성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독일도 ‘운하를 잘못 만들었다’며 후회를 하고 복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주말에 식당 예약을 하는 걸 깜박 하는 바람에 몇 군데를 찾아 다녔다. 길을 안내해 주신 지율 스님이 곳곳에 수소문을 해 큰 식당을 하나 찾았다. 다니느라 목도 출출한데 막걸리 한 잔도 못 했으니 일행들 모두가 허기도 졌다. 주말인데다 저녁 시간이 지나 한 병 밖에 없는 막걸리를 더 부탁을 해 목을 축였다. 같이 숙박할 여건이 못 되는 대구와 경북에서 온 당원들은 저녁을 먹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무식한 삽질로 죽어가는 낙동강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