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동조합은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필연
드디어 경찰노동조합의 깃발이 올랐다. 입만 열면 자본과 권력이 들먹이는 선진국은 경찰노동조합이 다 있다. 미국의 경우 판사와 의사노조도 있다. 당연한 일이지 놀랄 일이 아니다. 2010년 9월 11일 ‘4대강반대 국민행동의 날’ 대한민국 경찰 65년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린 권력의 사냥개가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라며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정권의 녹을 먹는 게 아니라 국민의 녹을 먹는 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간절한 선언이다.
내각 개편으로 청문회를 하고, 지방경찰청장 인사이동으로 어수선한 틈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조현오는 완전히 허를 찔리고 말았다. 새로 임명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정보통이라는데 완전히 물 먹었다. 국내 정보는 경찰이 가장 인력도 많고 빵빵해 검찰도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얻어갈 정도다. 그럼에도 경찰 내부의 정보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경찰노조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과연 조현오의 쪼인트가 성할지 걱정이다.
‘큰 집에 불려가 ×나게 까이고 분풀이 한다’고 해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역대 정권이 잘못을 저지르고 모든 책임은 경찰이 덮어쓴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정책이 잘못되어 항의하고 시위를 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 당연한 권리다. 경찰 수뇌부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권력에 충성하느라 죄 없는 사람들만 고생시킨 것이다. 어청수는 광우병 정국 때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관할 서장에게 ‘진압하라’며 직접 무전을 날렸고, 무덤에 묻혀 있던 백골단마저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경찰노동조합 설립으로 까일 조현오의 쪼인트
김석기는 용산 철거민 집단 살인 주범이다. 당시 용산 철거만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서울시경 정보과 형사는 ‘협상 한 번 못 해 보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담당 경찰이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무리한 진압임에 분명하다. 서울시경 정보과 직원이면 유능하다고 인정받고 승진에 유리한 자리다. 용산참사 후 그는 지구대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적당해야 탈 없이 조직이 굴러간다.
▲ 경찰 100여 명이 11일 오후 5시반 무렵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서 야당, 시민사회 단체 쪽의 출입을 통제했고, 결국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선포식은 열리지 못했다. 조현오의 첫 작품이었으나 청계산 산행을 하면서 ‘경찰노동조합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사진: 미디어오늘)
비리 투성이인 이명박 정권이 잘못을 감추려고만 하니 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10년 안에 경찰노조가 자리 잡지 못하면 100년 안에는 분명히 뿌리내릴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필연이요 대세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무리하게 막으려다 오히려 큰 탈이 난다.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조현오의 쪼인트를 깐다 해도 막을 수 없다. ‘경찰노조 설립을 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라면 오랜 시간 준비를 해 왔다는 말이다. 폭력경찰의 뒤에는 막장 정권이 있지만 민주경찰의 뒤에는 국민이 버티고 있다.
전교조도 조합원들이 대량 해고를 당하는 등 갖은 탄압을 받았지만 합법노조로 인정을 받았다. 공무원노동조합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밟았다. ‘정권의 머슴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라며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뿌리 뽑는데 앞장서겠다’며 나서자 탄압을 했으나 굴복하지 않았다. 더구나 공무원노조는 단일노조로 힘을 모았다. 경찰노동조합은 시대의 흐름이다. 힘없는 서민들이 치안 서비스를 받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찰노동조합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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