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씩이나 강제 안식년을 내린 정진석 추기경
천주교 신부들은 서품 10년이 되면 안식년을 맞는다. 그런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의 대표인 전종훈 신부는 3년째 안식년을 이어가게 됐다. 안식년을 받을 때가 아니었던 2008년 8월 안식년 발령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3년 연속 안식년은 보직 해임으로 한국 천주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종훈 신부의 무리한 안식년 명령에 천주교 관계자들도 ‘1년은 이해할만 하지만 2년은 심하고 3년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 사람ㆍ생명ㆍ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전종훈 신부가 서울 명동성당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전 신부가 왜 이런 처분을 받게 됐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는 사제단 대표로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했고, 2008년에는 촛불집회 시국미사에 나섰다. 그가 속한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무슨 연유인지 당시 그에게 ‘삼성 문제에 나서지 말라’는 뜻을 전했으며, 사제단의 촛불집회 주관도 마뜩치 않아 했다. 사제 인사는 교구장의 고유 권한이니, 전 신부가 3년째 사목활동을 못하게 된 것은 추기경의 뜻으로 봐도 무방할 터이다.
사제 인사가 교회 내부의 일이긴 하지만 정진석 추기경의 인사권 횡포는 곳곳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칠순이 가까운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보좌신부도 없는 곳으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인사권이 교구장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이는 명백한 보복성 인사다. 전 신부에 대한 처분이 공의에 맞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교구장의 정년이 75세인데 지금 정진석 추기경은 78세로 교회법을 어기고 있는데 함세웅 신부 외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