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삼성에 맞선 전종훈 신부를 3년째 안식년 내린 정진석 추기경

녹색세상 2010. 8. 19. 00:44

3년씩이나 강제 안식년을 내린 정진석 추기경


천주교 신부들은 서품 10년이 되면 안식년을 맞는다. 그런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의 대표인 전종훈 신부는 3년째 안식년을 이어가게 됐다. 안식년을 받을 때가 아니었던 2008년 8월 안식년 발령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3년 연속 안식년은 보직 해임으로 한국 천주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종훈 신부의 무리한 안식년 명령에 천주교 관계자들도 ‘1년은 이해할만 하지만 2년은 심하고 3년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 사람ㆍ생명ㆍ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전종훈 신부가 서울 명동성당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전 신부가 왜 이런 처분을 받게 됐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는 사제단 대표로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했고, 2008년에는 촛불집회 시국미사에 나섰다. 그가 속한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무슨 연유인지 당시 그에게 ‘삼성 문제에 나서지 말라’는 뜻을 전했으며, 사제단의 촛불집회 주관도 마뜩치 않아 했다. 사제 인사는 교구장의 고유 권한이니, 전 신부가 3년째 사목활동을 못하게 된 것은 추기경의 뜻으로 봐도 무방할 터이다.


사제 인사가 교회 내부의 일이긴 하지만 정진석 추기경의 인사권 횡포는 곳곳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칠순이 가까운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보좌신부도 없는 곳으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인사권이 교구장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이는 명백한 보복성 인사다. 전 신부에 대한 처분이 공의에 맞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교구장의 정년이 75세인데 지금 정진석 추기경은 78세로 교회법을 어기고 있는데 함세웅 신부 외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삼성의 손아귀에 놀아나면서 교회법을 어기는 추기경


교회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한국천주교의 상징인 서울대교구장을 하려는 저의는 권력을 놓기 싫다는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의 이런 횡포 뒤에는 삼성의 힘이 있음은 물론이다. 삼성의 불의를 고발하고 권력의 횡포에 저항한 사제단의 활동 탓에 이런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면,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라고 강요하는 게 된다. 실제로 서울대교구는 침묵을 요구했다. 지난해 두 번째 안식년 발령을 앞두고 전 신부에게 “추기경이 삼성 문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왜 했느냐”는 힐책을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김수환 추기경의 주검이 안치된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를 받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리고 “사제단 대표에서 물러나면 본당에 자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올해는 본당이 아닌 다른 선교공동체로 갈 것을 제안했다. 전 신부는 이를 모두 거부했고, 그 때문에 또 안식년을 명령받았다. 이런 조처가 교회법의 권위를 위한 것일 뿐 사제단의 활동을 무력화하고 교회의 사회참여를 막고자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세상의 불의에 눈감고 입 닫도록 한다면 불의의 공범이 되는 것은 뻔하다. 불의를 외면하는 교회는 세상의 소금도 그리스도의 몸도 될 수 없다.


전종훈 신부가 3년 연속 징계성 안식년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 천주교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17일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톨릭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함 신부는 과거에 사제단을 이끌기도 했다.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천주교가 부정과 불의를 외면하는 등 예언자적 소명을 소홀히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부패한 정부와 불의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공범자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1세기 만에 안중근을 인정한 천주교의 폐쇄적인 현실


그는 가톨릭계의 내부 반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제 때 폐쇄적 교회관으로 시대적 고민을 망각했던 부끄러움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징계성 안식년 사태를 낳은 삼성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광복절 특사로 삼성 고위 임원들이 모두 사면을 받은 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와 권력의 문제”라며 “우리 모두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제적 정의 실현을 위해 삼성이 끊임없이 정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을 맞아 안 의사를 추모하는 남북 종교인들이 손을 맞잡았다. 안 의사가 죽음을 맞이한 중국 뤼순감옥에서 열린 남북 공동 추모행사에 참가한 함세웅 신부(오른쪽·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와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 안 의사 흉상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신문)

 

안식년 연장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당사자인 전종훈 신부와는 달리 함세웅 신부는 인사권자이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인사권 남용 문제를 분명한 어조로 비판했다. 함 신부는 “전 신부의 안식년 연장은 지혜롭지 못한 교구행정”이라며 “일반 대중들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준으로 인사권을 남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공동체의 예언자적 소명을 잃어버린 조처로, 근본적으로는 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함 신부는 ‘신부들의 사회참여를 막으려는 추기경의 뜻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다. 당시 주교와 사제는 폐쇄적 교회관으로 안 의사를 배척하는 등 시대의 고민을 망각한 결정을 할 정도로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 과거의 폐쇄적 행태가 후대에서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로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서울교구 실세들이 삼성의 돈을 먹어 뒤가 켕기는 모양이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