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조현오는 슬픔에 무슨 품위 타령을 하는가?

녹색세상 2010. 8. 16. 19:13

 

슬픔에 격조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어이없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 익숙해 질 법도 하련만 내성이 생길까 걱정인지 새로운 말이 튀어 나온다. 대통령은 언어마술사의 경지에 이른 독특한 유전자를 가진 자들만 뽑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을 조현오는 모르는가? 모친상을 당해 무려 1억7천만원이나 조의금을 거두긴 했지만 슬프지 않던가? 거액의 돈을 챙긴 탓에 격조 있게 슬퍼했는지 모르나 민초들은 아니다.

 


특히 생떼 같은 자식이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에 갔다가 원인도 모르는 죽음을 당한 부모들의 속은 썩어 문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게 가장 큰 불효’라고 하지 않던가. 사촌형님 두 분이 마흔을 전후해 세상을 떠났다. 별 눈물도 나지 않고 그냥 슬프기만 하더니 하관 때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 때 품위나 격조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누구보다 예의범절을 강조하신 아버지도 조카의 죽음에 피눈물을 쏟았지 체면 따위는 가리지 않았다.

 

우리 형제는 남자의 체면 따위는 가리고 할 틈도 없었고 그냥 감정이 복 받치는 대로 울었다. 연세가 많거나 오랜 병으로 고생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호상’이라고 한다. 사실만큼 살았고 노환으로 병수발 든 상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건네는 덕담으로 안다. 호상이면 슬픔에 젖은 상주를 웃겨도 흉이 아니다. 그렇지만 부모 잃은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장성한 자식을 군에 보내 죽은 천안함 유족들을 돼지와 같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 입을 ‘찢어진 아가리’라 부른다. 


덧 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 추모 기념회에서 동생의 손을 잡고 우는 걸 봤다. 현대 정몽헌 회장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재벌도 슬픔에는 체면도 안 가리고 그냥 운다. 모두 조현오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격조를 더 따지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