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김정일 중국 방문과 외교상 결례한 이명박 정부

녹색세상 2010. 5. 9. 23:26

중국 최고지도부 총출동할 정도로 극진한 의전


지난 6일 오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베이징 외곽 중관춘생명과학원 내 베이징보아오생물유한공사를 참관할 때 그를 안내한 것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7일 오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화면에서 김 위원장의 질문에 직접 대답을 하며 함께 다정하게 안내하는 후 주석의 모습은 중국 지도부가 방중 한 김 위원장을 얼마나 극진히 예우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중국과 북한의 우호 관계가 남다름을 언론을 통해 알린 것이다.

 

▲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둘째)이 동행한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6일 베이징 교외의 중관춘 생명과학원에 있는 베이징보아오생물유한공사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통신)


7일 중국 관영언론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5번째 방중 장면에선 중국 지도자들과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후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해 따뜻하게 포옹했고, 김 위원장의 다롄 시찰을 직접 안내한 리커창 부총리는 다롄기관차생산공사에서 막 생산된 열차의 조종석에 앉은 김 위원장과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랴오닝성 서기 출신인 리 부총리는 지난 3~4일 김 위원장의 다롄 일정을 모두 수행하고 환영만찬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방중에선 중국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김 위원장과 회담하거나 시찰을 안내하는 데 ‘총출동’하는 최고의 예우를 보였다. 중국은 전략적 계산 아래,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 제재 등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가 이번 방문을 통해 완전히 회복됐음을 전 세계에 홍보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중국 동북개발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연계시키는 계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 동안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공개적 행보를 보인 데 이어, 방중 발표에서도 파격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아직 귀국하지 않은 7일 오전 9시께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3~7일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공식 확인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을 향하고 있을 때다. 북쪽 매체가 김 위원장이 조-중 국경을 넘기 전에 방중 사실을 확인하는 보도를 내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일 위원장 방중에 항의는 외교상 결례


중국 ‘신화사통신’과 ‘중국중앙텔레비전’도 오전 10시(현지시간)에 김 위원장의 방중과 회담 내용 등을 상세히 보도해 관례를 깼다. 건강악화설 속에 <중국중앙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 중간에 메모를 하고, 다롄과 톈진 등에서 기업과 항만을 시찰하면서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주의 깊게 듣는 등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6일 특별열차 편으로 베이징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7일 랴오닝성 성도 선양에 들렀다가 오후에 단둥 북중우의교를 통해 귀국했다.

 

▲ 현인택(오른쪽) 통일부장관이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취임 인사차 방문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현 장관은 이날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가 매우 다이내믹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사의 표정이 매우 어색하다. (사진: 연합통신)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선양에 도착한 뒤 항미원조열사릉을 찾아 한국전쟁 때 참전한 중국 군인들의 넋을 기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단둥에서는 신압록강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로 어색했던 중국이 관계 개선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비책 전혀 마련하지 않고 대북 관계를 강경 일변도로 밀어 붙였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처럼 단정해 놓고 밀어 붙이며 ‘중국이 도와 달라’며 중국의 주권 간섭마저 서슴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초자 모르는 짓이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봉쇄하고 남한 투자기업의 부동산을 동결시킴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 최소 인력을 남겨두는 것은 ‘서로 대화하자’는 표현이다. 증거도 없이 천안함 침몰사고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몰아가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재벌들이 원하지 않는 짓을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오래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