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붐(boom)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것은 투자나 사업 확장 쪽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서 우리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그리고 내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부동산 투기를 야기했습니다. 그것은 보수당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러한 투기 붐은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고, 결국 붕괴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물가는 계속 올라갔고, 여러분의 경쟁력은 떨어졌으며, 결국 실업은 다시 증가했습니다.” - 출처: 부동산 권력(투기와 거품 붕괴의 경제학)
누가 한 말일까? 의외이겠지만 ‘신자유주의의 어머니’였던 영국의 마가렛 대처가 1970년대 초 영국 전체를 휩쓸었던 부동산 투기 열풍에 대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대처가 말했던 영국의 상황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의 몇몇 연구기관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오만과 위세를 떨치던 강남의 재건축마저도 고개를 푹 떨군 모습이다.
부동산 거품의 피로파괴 대비해야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강남을 비롯한 곳곳의 아파트 값이 수상하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내 아파트 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폭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에서 땡처리 아파트가 나오고 시장에선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김대중 정권 때부터 ‘부동산 거품 하락에 대비하라’고 강력히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틀어막아 왔다. 마지못해 산업은행경제연구소가 우려의 보고서를 내더니 이젠 속출하고 있다.
아마 재벌들은 부동산 폭락에 대비해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겨우 집 한 채 가진 서민들의 등골만 휘어지게 생겼다. 과연 ‘아파트 값 폭락의 쓰나미’가 올 것인가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기형적인 부동산 거품으로 다른 물가까지 동반 상승해 국가 성장 동력을 잠식한지 이미 오래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물량에 대한 매수세가 사라졌다. 또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시가보다 1억원 가량 낮은 급매물도 등장했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비단 서울뿐 아니다.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 모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 기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5주째 동반 하락했다. 특히 서울과 신도시는 7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반등세를 유지한다’고 각종 경제신문은 떠들어 댔지만 거짓말을 계속해 왔음이 드러났다. 건설회사 광고로 먹고사는 조중동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이미 시작된 부동산 거품 빠지기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1분기에 서울의 경우 0.23% 올랐지만 월별로는 1월 0.21%, 2월 0.01%로 변동폭이 작아지다 3월에 -0.09%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4월 들어서도 계속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내림 폭이 커졌고,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매수세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지난달 초 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당시 10억원 선이던 102㎡형이 현재 저층 급매물의 경우 9억원에 나와 있다.
평균적으로는 9억4000만~9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 찾는 사람이 없다. 하락폭은 크지 않지만 강북지역 아파트의 내림세도 꾸준하다. 또 수도권 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값도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하락세의 원인은 무엇일까? 단기 급등과 규제 확대, 보금자리주택이 '주범'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 인위적으로 막아 온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있을 뿐이다.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주택 매매가격이 급락하는 이른바 ‘거품 붕괴론’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산은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 등에서도 집값 거품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잇 따라 내놓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기는 엉터리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전문가들은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정말 얼빠진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마치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경제 관료들과 같은 소리만 해댄다.
부동산거품 폭락에 대비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
부동산 전문가들이란 자들은 ‘폭락이 아닌 최소 올해 말까지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기에 급급하다. 지금이야 말로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비해야 하건만 삽질 정권은 그럴 기미가 전혀 없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도 부동산 거품과 경영자도 모르는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인 금융파생 상품의 거품이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 역시 부동산거품이 주된 원인이다.
아무런 대비조차 하지 않는 한국은 일본이 겪은 ‘악몽의 10년’ 보다 더 심한 고통의 세월을 겪을지 모른다. 부동산 가격 폭락은 이명박 정권의 잘못이 아니라 박정희 정권 때부터 계속 오르기만 해 온 거품이 한계 수위에 왔다는 신호다. 노무현 정권도 ‘부동산 폭락’에 대비하지 않고 건설재벌에게 발목 잡히고 말았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지 않으면 국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해 우리 사회 미래는 더욱 참담해 지고 만다. 집 값 폭락은 반드시 겪을 수 밖에 없는 진통이다. (경향신문 인용)
덧 글: 소득분배론의 권위자로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북대 경제학과 이정우 교수는 “박정희 집권 18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350배 뛰었다”고 하더군요. 그 후 건설자본과 결탁한 부동산마피아가 형성되어 ‘주택 정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해졌다’고 하니 짐작이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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