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꽃샘추위가 발악하는 산골에도 봄은 온다.

녹색세상 2010. 4. 9. 17:14

 

지금 제가 있는 곳은 경북 군위군에서도 산골인 소보면입니다. 버스 종점이 코 앞이니 두메산골이죠. 대구에는 꽃이 폈다는데 여기는 밤낮 기온 차가 20도가 넘으니 제 몸이 적응하느라 고생입니다. 몇 일전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방한복을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자전거로 동명까지 가려고 마음먹고 거리를 물었더니 돌아올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 보자는 마음에 가파른 재를 넘어 효령면 소재지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아직도 바람이 차가워 당연히 입어야 하지만 좀 달리니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특히 대구로 가는데 버스 안이 더워 혼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구에 도착하니 반소매 차림을 해야 할 정도로 분지인 대구 특유의 기후가 반겨주었습니다. 볼 일을 보고 빨리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심정 뿐입니다. 부랴부랴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자전거를 세워 놓은 효령면 소재지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산골에는 아직 싹도 피지 않았는데 이곳은 봄소식이 완연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이렇게 차이가 날까 의아하기만 합니다. 더위를 무릅쓰고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미터기가 고장이 나 얼마를 달렸는지 알 수 없으니 이정표를 의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시간 가까이 달렸더니 군위읍에 도착했습니다. 떨어진 반찬거리를 사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막걸리 한 병을 사고 어묵을 안주 삼아 한 사발 들이킵니다.


배가 출출할 때 마시는 막걸리 맛은 그만입니다. 그야말로 꿀맛이지요. 다시 고개를 두 개 넘어 면소재지에 도착하니 집에 다 온 것처럼 마음이 놓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8킬로미터나 남았는데 ‘다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지던 거리가 이젠 익숙해져 군위읍내까지 20킬로미터 거리도 가볍게 달립니다. 집으로 가는 길도 조금 가파른 언덕을 두 개나 넘어야 하니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면소재지와 떨어진 산골에 사는 덕분에 운동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