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무상급식 반대…부잣집 아들 군대 밥값은 어떻게?

녹색세상 2010. 3. 19. 13:59

아이들에게 눈칫밥 먹이는 잔인한 사회


의무교육은 교육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무료임을 전제로 한다. 이는 최소한의 교육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먹는 것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초ㆍ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학교생활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학교 급식은 편식 습관을 바로잡고, 잘 사는 집 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나 먹는 것은 같다는 것을 가르치는 아주 좋은 교육방법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재산과 관계없이 점심 한 끼 나마 같은 것을 먹는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추억이다.

 

▲ 지난 3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오는 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정책으로 선택하기를 압박하는 ‘친환경 무상 급식 풀뿌리 국민 연대’가 출범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좋은 농산물로 건강한 음식을 먹여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당연한 의무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명색이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며 반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다. 성장 둔화, 실업 증가, 중산층 감소, 빈곤층 증가,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3~15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위 정도의 경제대국이다.

 


국토 면적은 세계 109위밖에 되지 않는 소국이지만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의 엄청난 대국인 것이다. 이렇게 작은 나라가 이렇게 거대한 경제력을 보유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겠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세계 130위권의 환경 질에서 잘 드러난다. 엄청난 경제력을 보유하기 위해서 우리 국토는 금수강산에서 공해강산으로, 화려강산에서 파괴강산으로 망가뜨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이룬 성과를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사는 것은 결코 사람답게 사는 것일 수 없다. 더욱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추고도 아직도 모자란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앞만 보고 달리자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고, 소득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 여전히 참 각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사건이 바로 ‘4대강 살리기’란 상식 이하의 삽질이다.


오죽하면 1,106명의 신부들이 ‘역사상 최악의 자연 파괴’라고 비판하고, 보수적인 천주교 주교회의조차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겠는가?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 보면, 자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온힘을 쏟아서 개발독재 시대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거대하고 파괴적인 토건사업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굶는 서러움보다 큰 것이 있는가?


우리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각박하게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또 있다. 그것은 ‘4대강 살리기’만큼 대사건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바로 밥을 굶는 아이들이다. 밥이 먹기 싫어서 먹지 않는 아이들이 아니라 밥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 GDP 세계 13~15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초중등학생 100명 중의 18명이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점심을 굶어야 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굶는 아이들에게 밥을 주자, 아니 우리 아이 모두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자.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밝다. 무상 급식을 둘러싼 유치한 논란은 이제 그만 하자. 무상 급식은 모든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부잣집 아이도 가난한 집 아이와 같이 무상 급식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아이는 사회의 미래이니 사회는 아이들 건강하게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에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

 


무상 급식 반대면 부잣집 아들 군대 밥값은 어떻게?


의무교육은 무상 급식을 전제로 한다. 교육을 의무로 규정해 놓고 밥도 먹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군대에서는 왜 모든 사병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나? 부잣집 사병에게는 무상 급식을 하지 않아야 하나?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지 않는 의무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전면적인 무상 급식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전제일 뿐이다. 이 전제 위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이 논점이 되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엉터리 급식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서 멋진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의 학교 급식을 개혁하기 위해 애썼던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집에서 밥을 굶는 아이들과 노인들에 대한 급식지원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참으로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북한에 대해 계속 지원을 늘려야 하지만 우리 안의 기아에 대해서도 사회의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저 출산을 크게 고민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인 무상 급식이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출산율이 늘어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 누가 선뜻 자식을 낳아 기르려고 하겠는가?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출산장려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밥을 굶고 있고, 부잣집 아이마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이 기형적인 현실을 하루빨리 타파하자.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경제력을 보유한지 이미 오래다. 먹는 것 가지고 자라나는 생명들에게 장난질 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비겁하고 치사한 짓이다. ‘부자집 아이들에게 그냥 밥 먹일 정도로 정부가 한가하지 않다’는 재벌 막내 정몽준의 투정은 우리 미래를 포기하자는 망발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프레시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