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한명숙 재판에서 검찰 증인 ‘생명 위협 느꼈다.’

녹색세상 2010. 3. 12. 20:53

곽영욱 “검찰 조사에서 생명 위협 느껴…살기위해 진술”

‘폭탄 진술’ 한 전 총리 2차 공판 곽 씨 증언 ‘술렁’


11일 한명숙 전 총리의 2차 공판 법정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됐다.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보거나 그것을 챙기는 것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곽 전 사장은 특히 “검사가 돈을 받은 전주고 출신 인사를 다 대라고 했다”거나 “살고 싶어 진술했다”고 말해 법정이 크게 술렁였다.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입 맛에 맞게 무리한 기획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 전 총리의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휴정 중 잠시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곽 전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사진: 오마이뉴스)

 

곽영욱 씨의 법정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았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은 오찬 장소가 공관 내 식당 안쪽에 있는 좁은 내실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러 사람이 근무하는 곳이기에 ‘배달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곽 전 사장은 여러 대목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애매하게 진술했다. 검찰에서는 한 전 총리가 돈을 핸드백에 넣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공판에서는 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적법절차 따른 조사였다’는 검찰은 ‘매우 당혹’


곽 전 사장은 진술 배경을 묻는 재판장에게 “검찰이 징그럽게, 무섭게 …. 죽고 싶었다, 몸이 아파서 살기 위해 진술했다”, “검사가 호랑이보다 무서웠다”고 말하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심장이 좋지 않은데 새벽 1~2시까지 검사와 마주 대하는 게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한편으로는 “좋은 분이라 좀 줄여줘야 해서”라며 처음 진술할 때 한 전 총리에게 건넨 돈을 5만 달러가 아니라 3만 달러로 줄여 말했다. 그렇지만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금품 제공 진술을 번복했다며 공소사실의 주요 부분을 뒤집지는 않았다.


검찰은 유죄 입증에 필요한 ‘핵심 증인’이 기대와 다른 태도를 보이자 표정이 굳어졌다. 곽영욱 씨는 “검찰이 전주고 나온 사람들은 다 대라고 한 적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예’라고 답해 검찰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지방 선거를 앞둔 ‘표적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적법절차에 따라 조사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늘 검찰이 말하는 수법이라 신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이 야심차게 기획수사를 통해 내세운 유력 증인이 벌써부터 증언이 오락가락 하는 등 말을 번복하고 있다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증거다. 검사가 법정에서 당황할 정도라면 밀실에서 수사할 때 어떻게 피의자를 다루었는지 알 수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운명이 영원할 줄 착각하고 사냥개 노릇을 하지만 건널 수 없는 루비콘강을 넘어 멀리 갔다. 국민의 신뢰가 사라진 것은 검찰의 자업자득임을 알아야 한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