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노동자가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 네가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 네 자식이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
위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그 곳은 누구나 노동할 수 있는 곳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요즘 심각한 취업난에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입니다. 새벽이슬 맞고 하루를 시작하는 건설현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지라 숙식을 제공하는 원청의 기술 노동자들이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나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심과 떨어져 있는 토목 현장은 더 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은 상상도 못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것들이 배가 불러 그런다’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전만 해도 토목기술자들은 주말 부부라 ‘이것 말고 다른 것 하면 안 되느냐’는 아내의 말에 엄청나게 시달렸습니다. 겨우 주말에나 남편 얼굴 보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증거지요.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요구마저 이젠 하지도 못합니다. 부부가 누릴 최소한의 행복이건만 입 밖에 꺼냈다가는 ‘배부른 소리한다’는 비난을 받기 딱 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이 없으면 건물은 물론이려니와 도로나 다리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누구도 만들 재간이 없습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려고 발악을 해 본들 건설노동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부실 공사는 커녕 시작조차 못합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시발점으로 건설노동자들에게도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지만 아직도 노동관계법의 모법인 ‘근로기준법’은 요원한 게 우리 현실입니다. 가장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데 다른 것을 거론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지요.
‘노가다나 하자’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굶는 것 보다 일하며 사는 게 좋고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그 말 속에는 건설노동에 대한 비하와 천대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건설노동을 단순히 몸으로 때우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그런 막말을 합니다. 오랜 세월 배우고 익혀 몸에 배인 기술이 있어야 거푸집을 조립하고, 철근 결속선을 묶어 구조물을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뱉어내는 망발이지요.
거푸집 조립에 못 질은 입으로 되며, 철근 결속을 아무렇게나 하면 구조물이 만들어 지는가요? “자신 있으면 당신이 그렇게 해 보라”고 저는 말합니다.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들며, 위험하고 거친 일인지 단 하루만 구경해도 정나미가 떨어질 겁니다. 지금도 건설현장에는 하루 2명의 생명이 죽어나갑니다. ‘몇 만 시간 무재해’라고 붙인 간판은 순 사기입니다. 뼈가 부러지는 어지간한 사고는 돈으로 도배하기 때문이지 사람이 일하는데 어떻게 ‘무재해’라는 게 가능합니까?
그런 현장에 “노동자가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 네가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 네 자식이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를 이건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일해야 하기에 최소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기계라도 파손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데 사람이 몸을 던져 일하는데 ‘일 해도 좋은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정말 나쁘지요. 더욱이 그런 곳에 ‘너는 저기에서 일해도 좋은가. 네 자식이 일해도 좋은가’를 다시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추 신: 건설현장에 휴식 공간을 확보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곳이 없습니다. 핵발전소 현장은 새참은 시간도 없고, 점심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데 한전 사장은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점심조차 자기 돈으로 사 먹어야 하는 현장이 있는 유일한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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