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수 나훈아가 좋아졌다. 평소 그의 노래는 노땅들이 모인 자리에서 몇 곡 그냥 부를 정도는 되지만 그리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다. 그런 나훈아가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아 버린 것은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에 나오는 ‘대중 예술가의 자부심’ 때문이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나훈아는 그렇지 않았다.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애창곡은 나훈아의 ‘영영’과 ‘사랑’이다.
지난 29일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펴낸 김 변호사는 책에서 ‘삼성 일가와 가수 나훈아 씨에 얽힌 일화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건희 전 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다양한 일화가 실려 있는데, 연예계와 예술계에 얽힌 일화도 들어 있다. 가수 나훈아 씨와의 일화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의 파티에는 연예인, 클래식 연주자, 패션모델들이 초청되었다고 한다. 가수의 경우,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2~3곡을 부르고 3000만원쯤 받아간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파티 초청을 거절하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일류 성악가나 대학교수인들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가수 나훈아다. 삼성 아니, 이건희 쪽에서 아무리 거액을 주겠다고 해도 나훈아를 불러 노래를 부르게 할 수는 없었다. 나훈아는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당당함이 너무 멋지다.
참 멋있는 사람이고,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자존심강한 예술가의 모습을 본다. 돈 때문에 남의 파티에 팔려가서 마음에도 없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나는 공연장의 대중 앞에서만 노래를 부르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에 와서 표를 사서 들어라.”며 파티장의 노리개(?)를 거부한 나훈아 씨에게 어떤 기백을 느낀다. 아마 이건희가 엄청나게 열 받았을 것 같다. 자본과 권력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힘 센 대한민국 검사들, 삼성이 던져주는 떡값 300만원도 날름 잘도 받아 먹었다. 먹이를 손에 쥔 주인 앞에서 침 질질 흘리는 강아지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검사들 나훈아씨를 보고 뭔가 느껴야 할 텐 데, 다 헛된 바람이리라. 세금 빼돌리고 불법으로 아들 이재용 에게 경영권 승계하고 무노조로 일관하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이건희 삼성 일가의 거액 초청을 거절한 나훈아 씨의 기사를 읽으며 오랜만에 신선함과 통쾌함을 맛본다. 300만원짜리 굴비를 바로 받아서 ‘잘 먹겠다’고 한 대법원 판사와, 삼성 임원들과 골프 친 검사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나훈아가 너무 멋지다. 어떻던 나훈아의 매력은 나이가 들수록 넘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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