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토굴 하나 장만했습니다. 재작년 늦가을부터 작년 한 해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쓸 틈이 없더군요. 더 늦기 전에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후배가 조용한 곳에 지어 놓은 아담한 집을 찍었습니다. 필명인 늦가을을 따 만추정(늦가을정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몇 군데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긴 했으나 아직 필력이 딸리는데다 원고료가 너무 적어 거절했는데 경험삼아 한 번 해 보려합니다.
그리 좋은 집은 아니지만 짱 박혀 글 쓰는 데는 그만이라 ‘집 잘 지킬 테니 무상 임대하라’고 강력한 압력을 넣어 접수를 해 버렸습니다. ‘집 세는 원고료 제대로 나오면 주겠다’고 윽박질러 해 집 열쇠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성주군 월항면 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아주 조용합니다. 가끔 옆 집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거의 인적이 드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곳이라 겨울철도 바쁜데 별로 사람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서로 일 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죠. 농촌 정서를 모르는데다 낯선 곳이라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사소한 일로 마을 사람들에게 찍히면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행정구역은 왜관 인근인 월항면이나 초전면이 더 가까운 곳이라 교통편이 불편한 게 흠이죠. 덕분에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역시 하늘은 제 하체를 약하게 그냥 두지 않더군요. ^^ 아직 추워 먼 거리 주행은 힘들지만 성주읍 정도는 충분히 다니곤 합니다.
날씨가 좀 풀리면 대구 정도는 자전거로 왕복할 작정입니다. 시내 중심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하철 2호선이 시작되는 문양역까지는 확장된 국도에다 평지라 얼마든지 다닐 수 있겠더군요. 가끔 들어와 밥벌이 하던 일은 압축파일로 보내면서 작품 구상 중입니다. 파일 용량이 많을 때는 소재지 피시방까지 가기도 합니다. 도시와는 달리 금연석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자욱한 담배연기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심지어 주인이 담배를 물고 오락을 할 정도니까요.
몇 년 사용할 것도 아니라 중고 컴퓨터를 들여 놓았더니 작동 중에 소리가 심해 귀에 거슬리는데다 수시로 멈추어 통째로 수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로 주변 길을 익히며 나와바리를 조금씩 넓히고 있습니다. 자전거로 겨울 시골길을 달리면서 무엇을 쓸 것인가 머리 짜는 게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군요. 그래도 만추정에서 대박은 아니더라도 뭔가 하나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봄이 되면 채소나 간단한 농사도 지을 예정입니다.
추 신: 저 집이 아니라 뒤에 있는 그야말로 토굴입니다. 수도 하는 데는 딱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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