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산골의 화려한 외출

녹색세상 2010. 2. 8. 20:32

 

 

‘화려한 외출’이라면 광주민중항쟁을 진압한 전두환 집단의 작전명이지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임무인 군대가 오히려 맨 몸 상태의 시민들을 상대로 작전을 펼쳤으니 씨를 말려도 시원찮을 일입니다. 공휴일 조용해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떨어진 면소재지까지는 5킬로미터 더 되니 왕복하면 10킬로미터가 훨씬 넘어 버리더군요. 농사 일이 다 그렇지만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곳이라 휴일도 없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도로에는 다니는 차가 없어 한산하더군요. 한 바퀴 돌아오는데 화려하게 꾸며 놓은 묘가 눈에 보이더군요. 죽어서 얼마나 좋은데 갈려고 저렇게 요란을 떨고 욕심 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돈 자랑하는 후손들이 ‘조상에게 효도 한다’는 소리 듣고, 묘 좋은데 쓰서 잘 산다는 자랑을 하고 싶은 욕심인 게지요. 죽으면 하루빨리 흙으로 돌아가는 게 좋고, 그런 자리를 명당이라 하는데 묘 자리에 저리 야단을 뜨는지 모를 일입니다.

 


산골 가운데 공장을 지어 놓은 것은 더욱 꼴불견입니다. 이른바 ‘농공단지’로 농촌의 유휴인력을 활용하려고 지었는데 농촌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낳은 대표적인 꼬락서니입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주위를 오염시키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공업 위주의 발상이지요. 차나 전화기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게 사람이건만 저런 괴상한 발상을 한 자들의 머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뒤져 보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땀 좀 흘리고 목욕도 다녀왔습니다. 일요일임에도 한산한 걸 보니 집집마다 거의 매일 씻으니 목욕탕 갈 일도 줄고, 그만큼 농촌 인구도 적다는 증거이겠지요. 목욕탕 옆에는 모텔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니 멀리서 연인들이 더러 오는 가 봅니다. 다방은 예전에는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많았지만 이젠 30대 후반이나 40대는 족히 돼 보이는 여성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대도시에는 다방이 사양길이지만 그래도 시골에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오랜만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