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도시화 되어가는 시골 면소재지

녹색세상 2010. 2. 8. 16:20

 

 

제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성주군 월항면 외딴 곳입니다. 면소재지까지는 5킬로미터 가까이 넘게 가야할 정도로 멀지만 초전면이 더 가까워 생활권은 초전 쪽입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로 온 들판이 물결을 이룹니다. 제 철에 나는 농작물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수작물 재배로 돈 벌이가 되니 마다 할 사람도 없으려니와 농민들도 익숙해 철 따라 농사짓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초전면도 교통이 그리 편리한 곳은 아닙니다. 소재지를 돌아봐도 젊은이는 가물에 콩 나듯 하고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더러 낮부터 술에 취해 고함을 질러대는 단골손님도 눈에 보이는 걸 보니 역시 농촌인가 봅니다. 중학교가 있으니 아이들이 없지 않지만 갈 곳이라곤 피시방뿐입니다.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브라운관 모니터가 있습니다. 주인은 새로 바꿀 의향이 없어 보입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함은 물론입니다. 청소년들의 건강권은 저 멀리 있습니다.

 


이 지경이니 금연석 분리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합니다. 주인이 담배를 물고 있을 정도니 물어 무엇 하겠습니까. 이곳에도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장사가 된다는 것이지요. 특작농사로 돈을 좀 만지니 밤이 되면 조용한 지역과는 다릅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제법 큰 유통점도 빠짐없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주민들과 정도 나누고 읍내로 가는 버스 시간도 묻는 가게는 자연스레 죽고 맙니다. 농민들을 위한다는 농협이 작은 장사에도 뛰어들어 인근 주민들을 오히려 죽여 버립니다.


전 재산 다 털어 연 제법 큰 가게 옆에서 농협이 버젓이 장사하는 도심의 풍경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용하는 손님 대부분이 농협조합원이라 ‘회원’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빠져 듭니다. 결국은 농민과 주민들을 죽임에도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작은 농촌마저 철저히 쓸어버리고 있습니다. 농촌은 농촌다운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건만 도시의 못 된 짓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하기야 농협이 주유소까지 운영한지 오래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