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고문 기술자가 아니다’는 이근안 목사의 궤변

녹색세상 2010. 1. 8. 04:46

뛰어난 고문 기술로 조작간첩을 만들어낸 이근안이 목사가 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문으로 수 많은 민주인사들을 간첩으로 만들었습니다. 고문기술이 뛰어나 출장까지 갈 정도였습니다. 이근안은 전기고문은 기본이요 관절 뽑기 등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을 저질렀습니다. 그 공로로 대공분실장까지 지낸 그가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목사가 되었다는 말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양심이 얼마나 마비되었고 역사의 반역을 저지르는 증거입니다.

 


이근안의 얼굴을 기억한 고문피해자인 김근태 전 의원에 의해 1988년 12월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10년 10개월의 기나긴 수배 생활을 했습니다. ‘이근안을 알고도 안 잡느냐, 숨겨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당시 대공국장이었던 박처원의 조직적인 비호를 받는 줄 알았으나 자기 집 다락방에서 치아가 빠져도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숨어 지냈습니다. 간첩잡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던 박처원은 ‘난 모른다’며 돈 몇 푼 쥐어 주면서 이근안을 내팽개 쳐 버렸습니다.

 

 

이근안의 고문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자 “전희찬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정형근 안기부 대공수사단장,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 김원치 검사 등과 함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고문당한 김근태 씨에 대한 면회, 접견 금지 및 상처 조기 치유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1999년 이근안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검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김근태 의원이 교도소로 찾아가 ‘이제 당신을 용서한다’고 하자 ‘용서를 빌고 싶다’고 했습니다. ‘용서를 빈다’는 이근안의 말은 거짓이었음이 이제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런 이근안은 출소 뒤 160여 차례에 걸친 간증에서 “빨갱이를 잡았을 뿐인데, 정권이 바뀌자 죄인이 되어 있었다”고 다녔습니다. 목사가 되더니 이젠 ‘난 고문기술자가 아니다’며 노골적인 궤변을 늘어놓고 다닙니다. 우려했던 대로 교회를 돌아다니며 ‘간첩을 잡았을 뿐’이라며 ‘고문은 불가피했다’고 거품을 물어댑니다. 수구우익이 이용하기 딱 좋은 먹잇감이죠. 자신이 남민전 사건 고문기술자로 파견 된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저런 인간이 교회를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 수사대상자들을 불법 감금ㆍ고문한 혐의로 수감됐던 이근안 씨가 징역 7년의 형기를 마치고 2006년 11월 7일 경기도 여주교도소를 나와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교회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욕을 얻어먹어 마땅합니다. 21세기에 고문 기술자를 초빙하는 게 말이 됩니까? 이근안이 자랑스레 말하는 ‘남민전 사건’은 유신정권 철폐를 주장하며, 반독재 활동을 했던 단체입니다. 당시 박정희는 반독재투쟁을 비롯한 일체의 반정부활동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남민전이 반독재ㆍ반유신 활동을 벌이니 이를 좌시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남민전을 친북성향의 단체로 조작하고 탄압했습니다. 유신정권 말기에 조작간첩 사건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정권의 정당성이 없으니 걸핏하면 ‘간첩일당 검거’라는 엉터리 사건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습니다. 남민전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남민전 참가자 홍세화 씨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기약없는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그 후 오랜 세월 타국 땅에서 한국을 한겨레신문에 ‘빨간신호등’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귀국해서 그는 한겨레신문사 기획위원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진보정당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근안의 말대로라면 한겨레신문은 간첩사건 관련자에게 기획위원을 맡긴 셈입니다.


정론보도를 하는 한겨레신문에 대한 모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요 ‘인면수심’은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근안이 직접 심문했다는 안재구 선생은 세계적인 수학자로 ‘그런 학자를 감옥에 두면 안 된다’고 세계수학회가 석방운동을 할 정도로 뛰어난 학자입니다. 인혁당 사건과 마찬가지로 남민전 사건도 법원의 재심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 사건’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출소 당시 “그동안 사회에 물의를 많이 일으켜 송구스럽다.”는 말은 거짓임을 스스로 밝힌 뻔뻔하기 그지없는 이근안을 고문해야 할 차례가 온 것 같습니다. (사진:브레이크뉴스)


추 신: 이근안 같이 독재정권에 알아서 충성한 놈들은 안두희처럼 몽둥이로 패 죽이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과잉충성한 놈들도 독재자 못지않게 처벌하지 않으면 독재의 유전자는 살아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후유증이 이리도 심각한지 모르겠습니다. 독재의 씨는 반드시 말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