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국민 뜻에 따를 것’이라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녹색세상 2010. 1. 6. 22:04

서울시장 출마와 국민들의 요청이 무슨 상관인가?


“국민들이 요청하는 결정에 따를 각오”라는 한명숙 유력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말이 너무 진부해 보입니다. 시원하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모습이 아닌가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처럼 “서울시장에 출마해 진보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면 보기 좋을 텐데 미사여구를 동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5일 시민주권 신년 오찬회 겸 상임운영위원회 발언을 통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있는 힘을 다해서 여러분의 역량을 보아주었으면 좋겠다”면서 굳이 “여러분들과 국민들이 요청에 따른다”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은 한 전 총리가 야권 인사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0순위로 거명돼 왔지만, 본인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해찬 시민주권 대표도 한 전 총리에 앞서 “올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해로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해 민주당 후보로 한명숙을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해찬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단결이 필요하다.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낸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일화’라는 토를 달았습니다.


당초 한 전 총리측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발 사정이 계기가 돼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말에 저는 매우 의문을 갖습니다. 오히려 치밀하게 정해 놓은 수순을 밟고 있을 뿐이라고 봅니다. 이해찬 씨를 비롯한 측근들이 분위기 띄우는 것이 너무 어설픈 연기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는 마당에 “국민이 요청하는 결정에 따를 각오”라는 거창한 말은 정치적 수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속 보입니다.


철저히 수순을 밟는 것은 함량 미달의 연기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흘리기 수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의 금품수수설을 <조선일보>에 흘린 것은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를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던 걸 기억합니다. ‘유력한 후보’라는 말은 단일후보이거나 ‘후보0순위’라는 말로 이미 후보 출마가 기정사실이었다는 것 아닌가요?

 

▲ 이해찬 전 총리(가운데)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의 금품수수설을 <조선일보>에 흘린 것은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를 흠집내려는 것”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사진:한겨레신문)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말처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가장 좋은 정치적인 행위라고 봅니다. “한명숙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선언하고 “시장이 되면 지금의 이명박 정권과 달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정책을 펴겠다.”할 때 한명숙의 몸값은 더 올라간다고 봅니다. 오세훈 현 시장이 ‘뉴타운개발’을 들고 나왔을 때 민주당의 강금실 후보 역시 그와 비슷한 ‘주택공급’을 말했지 집 없는 사람들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는 민주당의 정책이 한나라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증거입니다.


지난 10년의 민주정부는 민중들의 삶과 직결된 경제적 민주주의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정권을 빼앗겼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한미FTA협상 등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트리는 정책에 과감히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학교에서 조차 ‘기간제 교사’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이 탄생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만연해졌습니다.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자신의 신분이 불안정한데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가요? 국립대법인화는 이해찬 전 총리가 교육부장관을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으니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전임 총리로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하시길


이러한 지난 날의 과오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란 반성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쌍용자동차 폭력진압 때 당시 산자부장관으로 책임자였던 현 정세균 대표는 오직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는 집권을 했고 현 제1야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 결코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마치 때 만난 물고기 마냥 ‘노무현 정신’을 말하면서 ‘반 이명박 연대’를 들먹이며 낡아 빠진 ‘민주대연합’의 망령을 부활시키려 안달입니다. 민주당이나 친노 세력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 경제민주화까지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마의 변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미FTA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접근을 막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진압을 위해 ‘여명의 황새울’ 작전 수행할 때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고백 정도는 하고 이명박 정권의 중간심판을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해야 전임 총리로서 책임있는 모습입니다. 총리까지 지내셨으니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물려주시고 지켜볼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지금 퇴장이 가장 아름다울지 모릅니다.


추 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 부처에 간섭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위임했으니 당시 총리의 권한이 없다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부 모든 업무가 총리의 서명없이는 집행 불가능하다는 것은 중학생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