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무현 정권 시절 총리를 지낸 한명숙이란 분을 잘 모릅니다. 오히려 부군인 박성준 선생님은 책을 통해 조금 아는 정도지요. 늦게 신학을 공부를 해 학위를 받고도 목사 안수를 거절한 소탈한 분입니다. 신학자로서 대단한 업적을 남긴 분이기도 하죠. 두 분이 육십 중반이 넘었으니 제게는 ‘큰 형님 큰 누님 뻘’ 되는 분입니다. 여성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란 정도 밖에 모르니 그 분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없지요. 오늘 문병옥이란 분이 블로그에 쓴 ‘가까이에서 본 한명숙’이란 글을 보고 부부가 소탈하고 ‘된 사람’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2월18일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5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지만 문병옥 님의 글과 견해가 너무 달라 평소와 달리 이면지에 몇 자 적지도 않은 채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국회의원에다 장관을 역임하고, 국무총리까지 지냈으니 한명숙은 그냥 개인 한명숙이 아니라 ‘정치인 한명숙’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재판으로 말한다’는 말처럼 정치인은 그가 행한 정치행위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60대 중반의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하고, 오래도록 같이 지낸 아랫사람들에게 하대를 하지 않고 존칭을 쓰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무척 닮은 것 같아 보기 좋군요.
이명박 정권의 초기 국방장관을 지낸 이상희란 자가 합참의장으로 작전을 기획하면서 ‘총기무장을 해서 밀어 붙이자’는 걸 국방부에서 ‘큰 일 난다’며 총기 휴대는 뺐지만 계엄이나 전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 병력을 투입해 진압한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작전에 한명숙 총리가 ‘군 병력 투입은 안 된다’며 대통령과 한 바탕 할 줄 알았습니다. ‘여성운동을 하며 여성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는 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권력의 속성을 명확히 알았습니다.
개인 한명숙은 소탈하고 좋은 사람일지 모르나 정치인 한명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 붙이는데 반대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이라크 파병에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속성이 아니라 권력이 주는 달콤한 맛에 빠져 있었다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한명숙이란 분은 단순히 60대 중반의 초로의 할머니요 좋은 개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니 그가 행한 정치적 결단과 선택을 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좋은 사람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인 노무현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비정규직 도입을 강행하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요즘 이명박 정권의 주구노릇을 하는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하듯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 수사를 하며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혐의 사실을 함부로 흘리며 조선일보는 받아쓰기에 정신이 없는 상식 이하의 짓이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한명숙 전 총리의 모습에 ‘용기 잃지 마시라’는 말씀을 전하며, 검찰의 탈법에 대해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이 힘든 처지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명숙 그 분은 개인이 아닌 정치인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추 신: 개인이 아닌 정치인 한명숙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판단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권과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 원칙을 빼 버리고 현실론만 들먹이면 꼼수 말고는 다른 말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밤은 길어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현실을 뛰어넘는 고민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결코 발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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