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농성장 철거를 앞둔 앞산 달비골에서

녹색세상 2009. 12. 10. 11:08

 

 

‘달빛고운 마을’이라 불렀다는 달비골, 이곳에도 심장을 후벼 파는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공사인 태영건설로부터 농성장을 철거하라는 내용증명이 두 번 왔고, 대구시건설관리본부로부터 ‘불법 시설물 철거 행정대집행’ 계고장까지 왔습니다. 자진 철거를 하지 않으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99조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고압적인 내용이 담겨 있더군요. 법적인 모든 절차를 다 밟았기에 철거를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을 받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 밖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자연을 지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이기에 살고자 싸운 것뿐인데 이렇게 무참히 밀리고, 남은 농성장마저 철거당하게 되었으니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마음을 다진 앞산꼭지들의 속이 저 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박정희 개발 독재 시대를 지나 개발 일변도로 나가면서 건설자본의 힘은 커질 대로 커져 경찰병력까지 동원할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 자연을 파괴하는 천박한 사회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붙어서 싸우다 징역 가는 것이야 각오하면 되지만 없는 살림살이에 ‘손해배상 가압류’와 두들겨 맞을 벌금이 더 무서운 게 저 같은 나약한 사람의 처지입니다. 이렇게 한 없이 작아지는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상한 속을 달래봅니다. 삽질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은 자본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몸집을 불려야 하는 자본의 속성상 누가 죽던지 말든 그냥 부수고 콘크리트를 퍼부어 대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짓을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4대강 삽질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일년이 다 되어가는 서울 용산학살 사건은 건설재벌이 ‘돈 벌이만 되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증거입니다. 경찰은 자본의 허수아비일 뿐 삼성ㆍ대림ㆍ포스코 같은 건설자본은 ‘얼마나 더 버느냐’며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지 마라’는 최소한의 상식적인 요구는 저 멀리 달아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중국에서도 강제철거에 저항하다 분신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돈의 맛을 본 중국도 개발 독재 시대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는 증거이지요.


비록 적은 사람들이 남아 있지만 ‘앞산의 끝을 지켜보겠다.’며 두 눈 부릅뜨고 있습니다. 앞산을 떠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버리는 것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요. 업무방해로 고소당해 재판에 회부된 사람들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모르기에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추운 날 어묵포장마차까지 하며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있어봐야 불이익 밖에 없지만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남아 있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 중의 하나란 게 기쁩니다. (79년 전두환이 총질로 권력을 도둑질 한 12. 12 쿠데타 이틀 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달비골에서)

 

추 신: 스피커에는 영원한 가수 김혜자(패티김) 님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이 나와 더 마음이 적적합니다. 비록 농성장마저 철거당하지만 전형적인 정경유착인 ‘민자사업’의 부당함을 알리도록 이 글을 읽은 분들의 잠시 ‘추천’ 수고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