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인 ‘행동하는 언론소비자’들의 고마운 정성
‘삽질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전국 자전거 일주 서울 일정을 마치고 대구로 향합니다. 전날 반가운 민주시민들이 마련해 주신 자리의 정성과 감동이 아직도 남아 있어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보통 ‘서울 일정을 마치면 지친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인 것 같습니다. ‘행동하는 언론소비자’가 되자며 삶의 터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분들이 있기에 언론악법은 쉽사리 실행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손으로 하늘의 해를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해 뜨는 새벽은 온다’고 한 어느 정치인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고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한 정권치고 망하지 않은 걸 보지 못했습니다. 영구 집권을 할 줄 알았던 ‘공주마마’의 아버지인 다카키 마사오는 자기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은 치열했던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을 겪으면서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동조합은 안 된다’고 하던 자들이 노동자들의 치열한 싸움에 밀려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멀리서 자전거로 왔다고 잠자리도 마련해 주신 고마운 분들 덕분에 전국 자전거 일주를 서울에서 마무리 하지 않고 대구까지 완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국 일주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어 자전거로 가서 인사하는 게 예의이기도 하고요. 같이 진보정치를 꿈꾸는 동지라고 일일이 챙겨주신 덕분에 서울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그냥 촛불을 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하는 언론소비자로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는 민주시민들과 당원 동지들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웁니다.
무사안일에 빠지거나 대충 생색만 내고 넘어가려 할 때가 많은데 이런 분들의 정성 때문에 ‘확실한 마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큰 자극을 주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침부터 오던 비가 점심 때 멈추어 맡겨 놓은 자전거를 타고 용산을 지나 한강대교로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용산학살’ 현장을 보고 그냥 지날 수 없어 자전거를 되돌려 조문을 했습니다. 마침 계신 유족 한 분은 대구에서 2번 뵌 적이 있어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용산학살의 배후는 삼성을 비롯한 건설재벌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방치할 수 없습니다. 이제 1년이 가까워 오는데 이명박 정권은 오리발을 내밀고 유족들이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갖 비리가 있는 정운찬이 국무총리가 되면 적당히 유족들을 설득해 돈으로라도 무마할 줄 알았는데 ‘책임없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몇 일전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현장을 다녀가면서 ‘정부의 해결을 촉구한다’고 할 정도로 국가신인도가 무너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리발만 내미는 인면수심의 집단입니다.
몇 번 조문을 다녀왔지만 미안해서 그 옆을 다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 죽은 지 1년이 가깝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일이 하늘 아래 어느 곳에 있단 말입니까? 용산참사의 배후에는 삼성과 대림건설ㆍ포스코를 비롯한 건설재벌이 버티고 있다는 것은 중학생도 아는 사실입니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경찰병력을 재벌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동원해 무고한 사람들을 5명이나 죽이고도 ‘내 잘못이다’고 하는 인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오죽했으면 당시 서울시경 정보과의 담당 형사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보직 변경 신청을 해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증인신문에서 ‘협상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않고 이렇게 무리하게 진압한 경우는 없다’고 했습니다. 적당히 둘러대고 입만 다물면 승진을 보장받는 자리이지만 양심에 걸려 그 자리를 박차고 다른 곳에 있건만, 책임선에 있는 ‘경찰특공대장과 백동산 용산서장’은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후안무치함을 법정에서도 드러냈습니다.
한강대교를 지나 빗방울이 떨어져 잠시 인근 피시방에 들러 비를 피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해 보니 길을 잘못 들어와 방향을 돌렸습니다. 잘 가다가 숭실대 앞의 고개를 만나 초죽음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다닌 고갯길 중에 도심에서 그렇게 가파른 곳은 처음 봤습니다. 사당역 부근에 와서 파김치가 되어 숙소를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6시가 덜 되었지만 고갯길 두 번 넘고 보니 과천 정도는 가야 하는데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겠더군요.
여관에서 빨래 탈수를 못해 치른 엄청난(?) 수업료
저녁 먹은 식당에서 알려주는 곳에 가 보니 두 말 없이 방을 주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온 몸이 땀에 젖어 빨래를 했는데 ‘탈수를 할 수 없다’는 종업원의 말에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다시 내려가서 ‘탈수만 좀 부탁하자’고 애걸복걸해도 ‘초대형 세탁기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매정하게 못을 박더군요. 얼마나 밉고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젖은 빨래를 걸어 놓는다 해도 물만 조금 빠질 뿐 그대로일 텐데 여간 걱정이 아니더군요. 세상에 이런 사고가 벌어지다니....
인근 피시방에서 아무리 검색을 해도 빨래방을 가려면 거리가 제법 있는데다 오전 10무렵은 되어야 문을 여니 별 재주가 없지요. 온갖 검색어를 넣어 쥐잡듯이 뒤졌건만 보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해 지더군요. 거기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글을 깔고 열심히 숙제를 해 놓았는데 컴퓨터 맛이 가 주인과 실강이 끝에 바탕 화면에 저장을 했건만 재부팅을 하니 사라지고 안 보였습니다.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에게 말해본들 씨알도 먹히지 않아 다시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자판을 쳤습니다.
빨래가 밀리면 여관도 잘 골라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가능하면 서울에서는 빨래를 미리 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고요. 다행히 난방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방바닥이 뜨끈해 양말과 내의는 거의 마르도 등산복이나 내복도 물이 많이 빠져 짐이 별로 무겁지 않았습니다. 과천 정부청사에 연수오는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시설이 엉성해도 찾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주인도 그리 인심이 박하지 않고요. ‘빨래 탈수만 안 되는 것’ 말고는 말이죠. ^^ (2009. 11. 25일 자전거 일주 34일째)
추 신: 남태령고개를 넘어 과천을 지나 안양ㆍ의왕을 지나 1번 국도를 타고 가능하면 천안 가까이 갈 생각입니다. 청계산국립호텔 주면 말고는 고개가 거의 없어 달리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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