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부근에서 자고 자전거를 맡겨 놓은 서대문역 쪽으로 갔습니다. 생각보다 덜 막혀 ‘서울의 출근 시간대’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대표단 회의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여의도 쪽으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마포대교를 지나오는데 국회의사당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국회가 과연 민의의 전당인지 부질없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아니 지금까지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직업정치꾼들이 판을 치는 곳이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상최대의 악법’이라 유엔조차 폐지 권고한 국가보안법을 입만 열면 안보 타령 해대는 수구골통들은 폐지는커녕 개정조차 하지 않으려 합니다. 각종 노동악법과 ‘제2의 경술국치’라고 하는 한미FTA 협정은 여야할 것 없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는 후안무치함을 드러냈습니다. 이젠 국민들의 알 권리를 틀어막는 언론악법을 절차조차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등 상식 이하의 짓거리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몰상식의 전당’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서울까지 다녀 온 확실한 물증 확보(?)를 위해 노회찬 대표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간을 내 주고 ‘서울까지 오느라 고생했는데 점심같이 먹자’고 하는 소탈한 정치인입니다. 서울와서 계속 얻어먹기만 해 지역을 다니는데 일일이 전화하느라 수고한 당원에게 겨우 차 한 잔 대접 밖에 못했습니다.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전경 병력이 늘려 있어 볼썽사납기 그지없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입만 열면 들먹이는 ‘국가품격’을 스스로 짓밟는 명확한 증거임에 분명합니다.
저녁에는 반가운 촛불시민들이 마련해 주신 자리가 있어 모든 약속을 접고 갔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해 보고 싶어서 하고 있을 뿐인데 걱정을 해 주셔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던 적당히 눈 감고 살아가면 되련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없는 시간 내 가며 땀 흘리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더군요. 그런 민주시민들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비록 엉터리 법이지만 ‘절차를 지키는 민주주의’를 하라고 하지 혁명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전혀 관심없던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뜨게 한 장본인이 이명박 정권이죠. 전 국민을 상대로 집단 정치학습을 한 셈이지요. 이처럼 머리가 아닌 몸으로 깨달은 민주시민들은 삶의 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시민들이 있기에 우린 희망이란 말을 버릴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계산부터 하는 운동판의 선수들 보다 순수하고 열정이 많이 무사안일에 빠지기 쉬운 제 자신을 되돌아보곤 합니다.
홍삼도 달여 오시고 전국을 다니느라 음식이 바뀌어 소화가 잘 안 되어 효소를 부탁했더니 챙겨 오신 그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지요. 서울에서 마치려고 했던 것을 꼭 완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끼리 회포를 풀도록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시고, 잠자리까지 챙겨주어 지친 심신의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의 정성으로 저는 그냥 자전거 페달을 밟을 뿐입니다. 함께 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2009. 11. 24일 자전거 일주 33일째)
추 신: 과분할 정도로 반겨주고 정성을 다해 귀한 선물까지 전해 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누구는 ‘나 몰라라’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데 기운을 듬뿍 실어주셔 힘이 불끈 솟습니다. 기필코 대구까지 자전거 완주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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