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40대 중반의 아들을 감옥 보낸 노모의 눈물

녹색세상 2009. 8. 29. 23:47

 

대백 앞 집회에 갔다가 40대 중반의 아들을 또 감옥으로 보낸 칠순의 어른을 만났습니다. 청년시절부터 알던 분이라 “어머님, 자식이 또 이렇게 감옥 가서 괜찮으십니까?”라며 손이라도 잡아 드리며 위로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국립호텔에서 잘 먹고 산다.”고 하지만 바로 우실 것 같은 표정이라 달리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어 “손자ㆍ손녀들은 괜찮습니까”라고 여쭈었더니 “그 놈들이 아이들만 있을 때 왔다”면서 어린 피붙이들이 마음 다치지는 않았을지 걱정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언론에 ‘김 모씨’로 나와서 집안에 알려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며 “이름 알려졌다간 집안 대소사에도 갈 텐데 다행”이라며 또 다른 걱정을 하십니다. 20여 년 전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시절 아들인 김정동 씨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갔습니다. 법정에서 “지금 수갑을 차고 있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살인마 전두환과 노태우”라며 당차게 최후 진술을 한 당당한 청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이 되어 또 감옥을 갔으니 칠순 노모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지요.


압수 수색을 하면서 영장도 없이 들이 닥쳤는데 죄목은 유엔조차 ‘폐지 권고’를 한 국가보안법 상의 ‘불온서적 탐독 및 소지죄’에서 집시법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도로교통법으로 둔갑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가져 간 책은 서점에 가면 늘려 있고, 김정동 씨가 징역살이 할 때 교도소의 검열을 받아 모친이 직접 넣어 준  책이니 ‘불온서적’이라고 덮어씌우려니 자신들이 봐도 황당했겠지요. 연세도 들고 해 민주당이 집권한 지난 10년 간 집회에 나오지 않으셨는데 ‘이명박이가 죽기 전에는 끝까지 나오겠다’며 ‘늙은 내가 이것 말고 할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하시니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죄송하지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언론 통제는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극심합니다. 마침 큰 따님이 서울에 살아 ‘면회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이명박이 망하는 걸 꼭 봐야 한다’고 다짐을 하십니다. 민가협의 어머니들이 머리 허옇고 허리도 구부정한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 독재의 망령이 부활을 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으로 독재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독재의 유전자’를 타고 난 무리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 뿌리를 뽑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