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화려한 휴가’를 당장 중단하라!

녹색세상 2009. 7. 24. 11:37

 

진압용 컨테이너 설치…‘음식물과 의사도  못 가는 무법천지’ 

 

경찰의 진압 병력 투입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이 ‘사생결단’의 상황에 내몰렸다. 경찰력이 평택공장에 투입된 지 닷새, 사람의 출입은커녕 음식물, 의약품, 물 공급까지 차단됐다. 공장 안 조합원은 “살기 위해 왔는데 죽으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경찰과 사측의 ‘합동’ 작전으로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토끼몰이식 진압이 자행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옥쇄파업 중인 도장공장 코앞까지 진출한 경찰은 하루에도 수차례 헬기를 동원해 맹독성 최루액을 살포하고, 토끼 굴에 연기를 피우며 저공비행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몰아붙이고 있다. 평택 발 ‘화려한 휴가’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경찰은 공장 일대에 경찰특공대 병력을 배치해 진압 작전 시기만 노리고 있다. 또 지난 1월 20일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의 악몽인 진압용으로 특수 제작한 컨테이너도 공장 안에 설치했다. 하지만 사측에 의해 소화전이 끊긴 상태에서 용산참사와 같은 화마가 도장공장을 덮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는 피할 수 없다. 이에 “학살진압을 당장 멈추라”는 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공권력의 과잉 도입은 직접적인 살해행위”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경찰은 조합원을 향해 전기총(테이저건)을 발포했고, 그로 인해 조합원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얼굴에 전기총을 맞은 박 모 조합원은 화살촉이 볼에 박혀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까지 처했다. 당시 치료를 위해 공장 진입을 시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사는 “철제 구조물이 입안을 관통하면 패혈증으로 진행돼 자칫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며 사측을 설득했지만 “위험하면 나오면 될 거 아니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전기총은 대테러 진압 시 사용하는 ‘무기’다. 경찰장비관리규칙 제3절 대테러장비 항목에 기재돼 있다. 즉, 집회시위관리장비에는 속하지 않는다. ‘전극침이 발사되는 전자충격기의 경우 안면을 향해 발사해서는 안 된다’는 안전수칙이 명시돼 있음에도 경찰은 조합원의 얼굴에 전기총을 발포했고, “오로지 방어적 차원에서 사용했다”며 궤변을 늘어 놓았다. 


한편, 경찰은 지난 22일부터 헬기를 동원에 하루에도 수차례 도장공장에 “산불 진화하듯” 사정없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경찰이 제조한 최루액은 스티로폼을 녹일 정도의 독성물질로, 경찰이 최루액 제조 과정에서 사용한 화학품의 사진을 본 관련 전문가는 “염소계 유기용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염소계 유기용매는 화재나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독극물이다. 더군다나 시너와 도료, 유류 등 인화성 물질로 가득 찬 도장공장에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경찰의 최루액 살포에 ‘살인’이라고 규탄했다.

 

 


이미 시작한 ‘화려한 휴가’ 작전을 멈추어라


여기에 지난 22일 사측은 ‘카이런’ 차량에 방화를 저질렀다. 이 불은 TRE 타이어샵 쪽으로 옮겨 붙었고,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했다. 점거 농성 중인 조합원은 "공장 안은 소화전이 차단돼 마실 물도 없는 상황에서 불을 끌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수많은 소방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저질렀다. 도장공장 내 조합원들은 현재 음식물과 의약품, 식수까지 차단당한 상태다. 이에 정부와 경찰을 향해 "아무리 사측과 용역이 막고 설지라도 의료진과 음식, 의료품이 들어가도록 강제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경찰력 투입이 아니라 생명 보호”가 우선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경찰은 공장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진압하기 위해 용역경비의 불법 묵인을 넘어 조장하고 있다. 규정 외 불법장비 사용은 물론 경찰장구 착용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경기지방경찰청 조현오 경찰청장과 쌍용자동차 이유일ㆍ박영태 공동 법정관리인 등을 직권남용, 공무원자격사칭 등으로 고발조치했다. 극한에 내몰린 공장 안 조합원들은 “대화를 안 하려면 차라리 다 죽여라”라고 말한다. 쌍용차지부 김을래 부지부장은 “이런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경찰과 용역이 구분되지 않고, ‘민중을 때려잡는 몽둥이’로 전락한 경찰과 이를 방기하는 정부에 대한 ‘살려달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정부는 여전히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하지만 경찰 병력 투입이 정권의 명령없이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살인진압으로는 노사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적자금 투입’을 외치던 노동정당시민사회의 외침은 ‘이명박 정권 퇴진’으로 바뀌었다. 매우 늦었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쌍용자동차 공장에 용산학살처럼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공동묘지로 만들 것인지 생명이라도 살릴 것인지 선택은 이명박 정권에게 달려 있다. 광주 학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제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마라. 옥쇄 파업 중인 쌍용차공장을 공동묘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