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의 말 한 마디가 그리도 무서운가?
배우 김부선씨가 지난 6월 19일 아침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 출연했습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와의 방담 형식으로 이뤄지는 인터뷰에서 평소 소신 발언이 있었습니다. 대마초 사용자에 대한 우리 법의 형평성을 꼬집고 왜곡된 진실에 대해 김부선 씨의 개인적 의견을 말하는 자리였습니다. 인삼의 뿌리는 한약이고 인삼은 한약이 아니다? 방송에서 ‘대마초는 한약’이라는 요지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발언에 많은 언론의 표현대로 한의사회가 ‘발끈’하고 나선 모양입니다.
한의사회는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며 대마초의 씨는 한약재로 사용된다.”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즉 ‘대마초의 씨는 한약이지만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다’는 주장입니다. 그럼 ‘인삼의 뿌리는 한약이지만 인삼은 한약이 아니다’는 말도 성립합니다. 이렇듯 어설픈 해명이 나오게 된 연유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만약 이 의료단체가 방송내용에 대해 반박하려 했다면 대마초는 한약이 맞지만, ‘대마초를 흡연하는 것은 한방에서 이용되지 않는다’는 정도의 설명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건 뭐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아니다’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대다수의 식물 한약재가 뿌리줄기 꽃 씨앗 등 일부분을 약재로 활용합니다. 마늘을 한약재로 이용하여도 줄기를 포함하여 그냥 마늘이라고 부릅니다. 의료단체가 전문성을 이유로 명칭의 정확성을 해명하려 했다면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만, 그렇다고 ‘대마초는 한약이 아니고 대마초의 씨앗만 한약이다’는 궁색한 반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언론인 여러분, 이게 왜 문제가 되어야 할까요? 2004년 배우 김부선의 대마초 사용자 처벌에 대한 헌법소원은 분명 세간의 이목이었습니다.
문화예술인 등 각계각층의 지지선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KBS 추적60분 팀에서 대마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피디가 직접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취재한 프로그램이었지요. 당시 방송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방송이 나간 뒤 방송내용을 문제 삼는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되려 방송 전 많은 언론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문제가 될까요? 6월 19일 아침에 방송된 프로그램이 6월21일 일요일부터 비평기사가 실리더니 3일이 넘게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이렇듯 큰 논란의 대상일까요? 방통위 심의를 논하는 기사가 뜨고 여권 정치인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를 언급하고 유력일간지가 인터뷰를 빌미로 방송사 공격에 사용하는, 그것도 언론의 기본 행위를 망각하고 ‘인터뷰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장난으로 말입니다. 그 신문에게 되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당신들의 지면에 실리는 취재원의 발언은 모두 검증된 것인가? 연예인 인터뷰에 실리는 모든 발언은 검증된 것인가? 불과 5년 전 보다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폐쇄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이전, 대마에 대한 최초 규제는 1975년 제정된 대마관리법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2000년 형량이 일반 마약과 동일하게 되면서 마약류관리법으로 통합됐지요. 우리 법이 모법으로 삼은 미국사회를 볼까요? 파멜라엔더슨, 메간폭스, 마이클더글라스, 케롤 산타나, 빌마허, 라이스 아이팬, 킨키프리드맨 등 알만한 유명 배우들이 대마초의 비범죄화를 주장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왈츠네거 또한 대마초 비범죄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왔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언론들은 이러한 주장이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대마초를 흡연했다하여 한국 언론처럼 융단폭격을 가하고 만신창이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피의사실 공표금지니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니 중학교 사회책에서 배웠던 내용은 모두 연예인에게는 거짓입니다. 언론인여러분! 야후 US나 구글에서 ‘marijuana legal’라는 검색어를 치면 수많은 합법화에 대한 자료들이 나옵니다. 여기는 유명인사들의 선언도 있고 학술자료도 넘쳐납니다. NORML이라는 사이트를 들어가면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NGO가 전 세계 수십개 지부가 소개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비교보고서도 있고 WHO의 보고서도 산재해 있습니다. 미국 주에 대마자판기가 설치됐다는 기사부터 LA의 한 대학에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대마초 재배 생산 유통 전문가과정이 개설됐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대마초는 강원 평창 전남 보성 등 국내 7지역에서 재배중입니다. 전남 나주시는 양귀비(아편 생산 못하는) 축제도 벌입니다. 물론 흡연하는 모든 것은 해롭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보다 위험하지 않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굳이 흡연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패스트푸드, 과자, 진통제, 수면제 등 우리 주변에는 대마초 이상으로 위험한 것들이 많습니다.
어린이용 감기약에 환각성분이 포함됐다거나 감기약으로 마약을 제조했다거나 진통제에 마약성분이 있어서 수거됐다는 기사 등은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대마초로 제조됐다는 이유만으로 사티벡스 마리놀 등 에이즈와 암환자들에게 필요한 진통제가 수입이 금지된 사실도 있습니다. 비범죄화가 안된다면 의료용 사용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약에 무슨 마귀가 들어있기에 아직도 이런 용어를 쓰는 것도 그렇고 마약이면 마약이지 마약류라고 희한한 우리말을 창시하신 것도 그렇지만 모든 약에는 마귀가 있습니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마약입니다. 그런데 약을 잘못 먹은 사람을 처벌한다는 논리가 얼마나 우스운가요?
어떤 이는 대마초를 허용하면 사회에 널리 퍼져 위험해진다고 하는데 대마초보다 더 위험한 술 담배 카페인음료는 퍼질 대로 퍼졌어도 위험사회가 되지도 않았고 세계보건기구도 보고서에서 대마초가 술 담배만큼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 바 있습니다. 담배도 규제하자는 판에~ 라고 하는데 담배보다 대마초 규제가 훨씬 강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당장 담배는 대마초 보다 훨씬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나요? 술ㆍ담배가 대마초보다 위험하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은데도 법이 이를 무시하는 걸 보면 정치적 이유, 경제적 이유 등이 국민 건강권보다 더 우선이라는 뭐 그런 의혹을 가질 수 있지 않습니까?
또 담배를 규제하자는 것이 대마초의 현행 규제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담배 규제의 내용이 대마초보다 강력한 규제를 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검경 등 수사기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말도 안 되는 환각성 논란이니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분인 수십년 전 폐기된 관문이론을 아직도 들먹이는 한국사회의 대마초 논쟁, 귀 막고 눈감고 ‘대마초는 마약이다’를 주문처럼 외우는 여러분, 외국자료 보기 싫다면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써놓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식의 대마초 헌법재판소 결정문 일독을 권합니다.
김부선 씨 발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
김부선 씨의 발언에 조선일보가 가장 열성적으로 나서는 모양입니다. 방송에서 인터뷰는 개인의 소신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매우 주관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신문이 특정인물을 인터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MBC의 방송이 부적절했고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라는 일부 언론에 되묻고 싶습니다. BBK 설립 시절 숱한 언론에 자신이 대표라 발언했던 내용을 그대로 신문에 싣고 방송에 내보낸 것 역시 부적절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들의 지면에 싣는 인터뷰 기사의 모든 내용을 검증하여 내보내십니까?
김부선 씨의 주장이 옳던 그르던 검증됐든 안됐든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어 그걸 지면이나 방송에 내보내는 것 자체가 바로 언론행위입니다. 이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논제를 만들고 여론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소위 그 사회의 인식수준과 발전 속도에 따른 검증과정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일부 연예언론에는 이 방송이 방통위 심의를 받을 거란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자체가 바로 코미디이고 언론통제라는 생각입니다. 신문보시는 분들, 오피니언 란을 보십시요. 그곳에 실리는 칼럼은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거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것으로” 등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통상 이런 글이 없어도 칼럼은 신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음을 전제합니다. 인터뷰 역시 개인을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에 수많은 인터뷰와 방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거기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발언을 모두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언론에는 수용자들이 반론 정정 사과 등의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김부선 씨가 ‘대마초는 한약이다’는 발언을 했다면 그게 아니라는 관련단체의 주장을 담으면 그만입니다. 이걸 갖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사고를 드러내는 정치인이나 MBC라는 방송사를 공격하는 사람들이나 그 자체가 바로 방송내용의 일부를 문제 삼아 정치적 탐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피디수첩 수사등과 연계해 MBC에 대한 공격거리로 삼고 있더군요. 참 불행합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독일처럼 극우파시스트들을 처단하는 법이 없어서 좀 아쉽지만, 대마초가 한약이든 아니든 그런 발언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가 좌파든 아니든, 오바마 대통령 취임 시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라는 말을 한 정치인의 자유도 있듯 대마초가 한약이든 아니든 자신의 소신을 방송에서 말할 수 없고 또 방송했다하여 방송사가 심의를 받는 둥 언론의 자유를 압박하는 따위의 정치행위가 용인된다면 그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사회일까요?
민감한 화제는 논란이 아닌 객관적 입증 노력이 우선되어야
대마초는 매우 민감한 소재입니다. 민감하다는 건, 바로 우리사회가 가진 편견의 깊이와 이데올로기의 터울이 깊다는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논쟁은 합당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대마초논란에 대해 “네 자식에게 권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 앞에서 대마초 피우겠다고 선언해라”는 따위의 유치한 원시공동체 기준으로 응해야 하는가? 논리가 딸리면 인신을 공격하라 했다고 수많은 대마초에 대한 자료를 보여줘도 ‘어쨌든 마약이잖아’라며 한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건 토론이 아니고 논쟁도 아닙니다. 원래부터 불법이고 마약이었다는 분들의 입에서는 1975년 이전에는 불법도 아니고 마약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무시합니다.
법이 잘못됐다면 고치도록 하고 진실이 감춰져 있다면 알리는 것이 상식적인 사회 아닐까요? 법은 절대적인 진리나 객관성을 함축하지는 않습니다. 왜 강력한 대마초 규제주의 정책을 편 미국사회가 13개주이상이 대마초 비범죄화 정책을 펴고 있고 7-8개주가 대마초 합법화를 논의하고 있는지, 오바마 대통령조차 대선공약으로 대마초 합법화를 논의할 만큼 미국이 규제주의정책을 포기하는지에 대해 알려 하지 않습니다. 미국 상원이 정치자금과 마약 켐페인의 주요 자금줄인 ‘담배산업규제법안’을 통과시킨 속내는 뭔지는 알 턱이 없겠지요.
인터폴 명예사무총장 레이몽 켄달은 왜 대마초 규제주의정책이 되려 강력마약의 확산을 도왔다며 정책실패를 선언했는지,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은 담배가 대마초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는지, 미국립약물남용연구소 NIDA의 보고서에 담배와 술이 대마초보다 훨씬 위험한 약물인데도 한국정부는 곳곳에 담배판매소를 차리고 판매소 이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고 버젓이 청소년들의 우상이라는 연예인이 술 광고에 나서는지를, 세계보건기구는 왜 술ㆍ담배가 대마초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수년이 지나도록 숨기고 있다가 뉴사이언티스트지의 폭로기사가 나간뒤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를 시인하면서 외압이 없었다고 해명했는지를.
방송 보고 감상문 쓰고 이걸 좀 부풀려보고자, 관련단체 인사 인터뷰 따서 ‘발끈’했느니 ‘강경대응’했느니 말장난으로 펌프질하고, 거기다 방통위까지 나서서 ‘심의운운’하고 나아가 여당의 정치인이 방송에 나와서, 그리고 그 정치인의 과거 소속 신문사가 방송사 전체를 문제 삼는 기사로 삼류 소설이나 써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게 보편적인 상식이 통하고 소통이 잘 되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지켜지는 사회인가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논란만 중계하는 건 언론이 아니라 홍보사무원입니다. 객관적 진실에 가깝도록 입증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의무 아닐까요? 일개 여배우가 방송에서 인터뷰로 한 말을 대단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부풀리고 말장난으로 포장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삼류 찌라시에 불과합니다. (사진: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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