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쌍용차 공장 침탈 ‘직원 강제 동원’ 했으나 진입 무산

녹색세상 2009. 6. 16. 17:36
 

“출근 전개…안 오면 결근” 문자메시지 보내


“쌍용차 문제는 노사 간에 풀 수 없는 고차 방정식이다.”

 

16일 사측의 공장 진입 시도를 두고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이 같이 말했다. 쌍용차 해외매각이라는 ‘원죄’가 있는 정부는 뒤로 물러난 채 정리해고 강행만을 외치는 회사의 주장만 강조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이 기획부장의 말이다. 결국 그의 말대로 강제로 공장 문을 열어 노조의 ‘옥쇄파업’을 끝내겠다는 사측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측은 “외부세력 탓에 공장 진입을 유보한다”고 밝혔지만, 회사의 회유에 마지못해 나온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이 적극적인 공장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번 공장 진입 실패는 사측이 추구하는 일방적이고 강경일변도의 사태해결 방식이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사측의 방식은 공장 정상화는커녕, 노조의 봉쇄만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 공장 앞에서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의 공장 진입을 막은 정치인ㆍ종교인ㆍ시민사회 관계자들은 “공적 자금 투입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 없이는 고차방정식을 풀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한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쌍용차는 개별 기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또한 당장 공장을 돌리는 것이 중요한데 정리해고보다 공적 자금 투입이 먼저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쌍용차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노사와 함께 합리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쌍용차 파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인 그의 경고다. 

 

▲ ‘파업철회’를 요구하며 공장 주위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측 직원들에게 농성 노동자 가족들이 ‘함께 삽시다’며 장미꽃을 건네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사측, 공장진입 전격유보 ‘외부세력 때문에.....’

 

한편 회사 쪽은 공장 진입을 전격 유보했다. 이로써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 간의 물리적 충돌은 피하게 됐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장인 곽상철 전무는 이날 오전 공장 앞에서 “평택공장 내에 외부세력이 많이 있기 때문에, 우리 임직원들이 정상 진입을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 궐기대회와 같은 방식을 통해 노조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고 전했으나 강제 동원된 직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진입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행진 한때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행진 대열과 울타리 내부 파업 노조원들과의 간격이 5m 이내로 좁혀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40여분 가량 행진 후 오전 11시 30분께부터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파업 노조원 아내 등 가족 30여명이 나타나 억지로 나온 참가자들에게 ‘함께 삽시다’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의 손에는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의미로 붉은 색 장미꽃 한 송이가 들렸다.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애써 파업 노조원 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했고, 경찰은 충돌을 막겠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둘러싸 이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오늘 결의대회의 경우 일부 관리직만 앞장섰지, 마지못해 나온 동료들은 파업 노조원 가족 앞에서 적극적으로 공장에 진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회사는 의도했던 공장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외부 세력 핑계를 대며 진입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서 갈구리와 줄사다리, 중장비를 동원해 담을 뜯어내고 공장으로 진입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