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화물연대 총 파업 시위 진압한 전경들을 보면서

녹색세상 2009. 5. 22. 14:35
 

대전에서 지난 5월 16일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경찰이 강제 진압하고 대규모 연행 사태가 벌어지자 노동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 정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무차별 폭력연행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대전에서 벌어진 대규모 연행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자, 의도된 폭력이었다.”며 “이번 사건은 특히 해산과정에서 화풀이식 연행이 발생하는 등 경찰의 민주주의ㆍ인권 침해가 도를 넘어서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지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도를 넘어선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연행을 규탄한다”면서 “연행되어 있는 참가자들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다. 이명박 정권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간 우리 청년들을 전경이란 이름으로 끌고 가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도록 사주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경찰이 휘두른 폭력이 워낙 많이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지만 작년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마저 패대기치는 짓을 자행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입만 열면 들먹이는 ‘국가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죠. 상관의 명령에 따라 진압에 투입되긴 했지만 방패 뒤에서 눈물 흘린 전의경들이 많을 줄 압니다. 자식같은 청년들이 겪을 고초를 생각하면 맞은 것은 뒤로 하고 가슴이 아파옵니다. 제대로 막지 못하고 귀대하면 심한 폭력이 기다리고 있어 ‘한 딱까리’를 당하고 말죠. 모두 권력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지휘관들이 대원들의 처지를 생각할리 만무하다는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봅니다.

 

 

왜 이런 현실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분통만 터질 뿐 아무런 해결책을 내 놓지 못하는 무능함도 탓하지 않을 수 없고요.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들이 겪는 심한 정신과 질환 중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게 있습니다.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으로 장기간 고생을 하며, 심한 경우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화재, 신체적 폭력 자동차ㆍ비행기ㆍ기차 등에 의한 사고와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ㆍ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정신과 질병입니다.

 

그러니 시위 진압에 수시로 투입되는 전의경들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증세는 개인에 따라 충격 후에 나타나거나 수일에서 수년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어 장기간 잠복기가 있다고 합니다. 급성의 경우 비교적 예후가 좋지만 만성의 경우 후유증이 심해서 환자의 30퍼센트 정도만 회복되고, 40퍼센트 정도는 가벼운 증세, 나머지는 중등도의 증세와 함께 사회적 복귀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고 하니 얼마 힘든 병인지 상상이 갈 겁니다.

 

 

증세는 크게 과민반응, 충격의 재 경험, 감정회피 또는 마비로 나눈다고 하는데, 과민반응의 환자는 늘 불안스러워 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충격을 다시 경험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사건 당시와 같은 강도로 느끼는 기억과 악몽 등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감정회피 또는 마비를 보이는 환자는 충격이 일어났을 때의 감정ㆍ생각ㆍ상황 등의 기억을 피하려고 노력하며 정상적인 감정반응은 소실된다고 합니다.

 

환자들 대부분의 감정은 비현실적이고, 타락, 분노, 피해의식, 수치심을 잘 느끼는 무서운 병입니다. 또한 알코올이나 약물남용, 자해적 행동과 자살 시도, 직업적 무능력, 대인관계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고요. 정서적으로도 불안하여 뚜렷한 자율신경계 장애가 나타나며, 착각 또는 환각현상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합병증으로 해리증세나 공황발작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서운 병이 잠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권력 방어의 도구로 악용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젊으니 당장은 못 느낄지 모르나 정밀 검사를 하면 많은 전경들에게 이 무서운 병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저도 집회 시위 현장을 수 없이 다니지만 ‘우리가 왜 저 청년들과 대치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수 없이 떠  오르곤 합니다. 그렇지만 막상 현장에서 부딪치다 보면 이성은 멀리 가고 감정만 남기 마련이죠. 참으로 걱정입니다.


노무현 정권 이후 전의경 전역자들은 최소한 심리 검사라도 받아 보라는 말을 권합니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라며 방치하다가는 엄청난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외박이나 휴가를 나가거든 진료한 흔적이라도 남겨 놓아야 나중에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요구할 수 있으니 몸 관리 잘 하기 바라며 위에서 시킨다고 너무 과잉충성하지 마세요. 시키는 대로 해봐야 남들 두들겨 패고 죽이기 밖에 더하겠습니까? 이러나저러나 용산역 앞의 국방부 시계는 계속 돌아가니 말이죠. (사진: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