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 방송에서 정말 보기 드문 존재가 MBC 신경민 앵커이다. 그동안 우리 뉴스 앵커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인 ‘기계적 객관성’이라는 틀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정작 해야 할 말을 못했다. 잘못한 일을 잘못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언론 아니던가?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방송 뉴스의 앵커는 취재된 기사 내용을 단순 낭독하는 기능밖에 못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지극히 불편했었다. 앵커라고 부르기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그런 답답함이 이제야 해소되고 있다. MBC 신경민 앵커 덕분이다. 그의 촌철살인 짧은 한마디 한마디가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답답하게 타들어가는 국민의 속을 순간이나마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방송뉴스에서 이런 촌철살인 한마디씩 들어야 뉴스 보는 맛이 나는 것 아니던가! 예전에 라디오에서 봉두완 앵커가 인기를 누린 것이, 어눌한 말투지만 듣는 사람의 속을 풀어주는 맛이 있었기에 서슬 퍼렇던 시절에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말년에 민정당으로 발걸음을 돌려 맛이 가긴 했지만) 지금 같은 민주화 시대에 뉴스앵커가 입바른 소리 한마디 못한다면 그게 어디 뉴스인가?
인터넷뉴스를 보니, 방송위원회에서 신경민 앵커를 징계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객관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징계를 내리려면 비판할 것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기자와 앵커, 그러니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방송기자와 앵커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비판하라고 존재하는 언론, 특히 공영방송에게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가 뭔가? 오히려 얌전하게 권력에 길들여진 KBS 뉴스에게 징계를 내려야 상식이다. 국영방송은 괜찮고 공영방송은 문제 있다는 뜻인가? 이런 해괴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야 한다.
신경민 앵커는 미래에 누군가가 한국 방송역사를 쓸 때, 한국방송사에서 앵커의 역할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불러온 주역으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뉴스 앵커를 보며, 도대체 왜 ‘앵커’라는 타이틀을 쓰는지 회의적이었다. 차라리 ‘아나운서’가 맞는 호칭이라 생각했다. 2008년과 2009년 MBC 신경민 앵커가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앵커’이다. 신경민, 그를 볼 수 있어서 뉴스 시청이 즐겁다. 내게서 진정한 앵커를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간다면, 방송위원회 앞에 가서 시위라도 해야 할 판이다. 공공연하게 징계 소리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꿋꿋이 소신을 지키는 신경민 앵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언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퍼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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