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놀던 우리들의 옛 추억이 깃든 곳이다. 막아라! 막아! 친구가 자랑스럽다. 꼭 이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접속해 보니 산재사고로 몇 년째 투병 중인 친구가 쪽지를 보냈습니다. 아직도 재활 치료 중이라 몸도 성하지 않아 겨우 독수리 타법으로 친 벗의 정성이 깃든 것이라 더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더군요. 제가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낸 지 45일째 인데 지금까지 받은 누리편지나 쪽지 중 가장 반가운 소식입니다. ‘장애를 갖고 살아갈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불안해하며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때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면 장애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서 “교통사고로 3년을 병상에서 보내 걷는 걸 잊어버린 사람이 3개월 만에 혼자 걷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다. 당사자의 투병 의지가 승패를 좌우하다.”는 목격담과 제 경험을 한 마디 한 게 모두였는데 이제 혼자서 걸어 다니며 주말이면 집에 다녀갈 정도로 상태가 매우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따라 까치 소리가 새벽부터 요란하더니 친구의 이런 반가운 글이 왔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한 모양입니다. 어제는 상수리나무 위는 거의 놀이기구를 타는 수준의 요동이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심할 때는 책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기도 해 초보자 중 누가 올라왔더라면 심한 멀미할 정도로 흔들리더군요. 평소 이런 상황에 적응한 제가 있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먹고 사는 일로 경험한 것을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활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배우고 익혀 놓으면 좋은데 쓸 날이 온다’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강한 비바람이 지나가고 나니 달비골은 눈에 뜨일 정도로 확연히 맑아졌습니다.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산길이 흙먼지에 둘려 쌓여 별로 표시나지 않았는데 이젠 선명하게 드러나 있네요.
강원도 태백은 겨울 가뭄이 심해 식수조차 제한 공급을 한다는데 이번 비가 다소 해갈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센 돌풍이 우리 인간에게 순간의 불편을 줄지는 몰라도 대기 순환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하니 신비하기 그지없는 자연의 오묘함에 그저 놀랄 뿐입니다. 주말이라 등산객들도 많고 봄방학을 맞아 아이들도 많이 놀러온 것 같습니다. 어제 그렇게 심하게 불던 바람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잠잠해져 달비골을 평안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이렇게 맑은 날은 가볍게 짐을 챙겨 등산하면 황홀 그 자체이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충동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은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 날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을 시샘이나 하듯 잠시 몇 일 추워진다고 하는데 그래도 봄은 올 수 밖에 없음을 우린 잘 압니다. (2009년 2월 14일 ‘나무 위 농성’ 6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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