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의 봄소식을 투병 중인 친구에게 전하면서

녹색세상 2009. 2. 12. 14:43
 

오랜만에 산재 사고로 오래도록 투병 중인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4년 전 직장에서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뇌혈관 수술을 받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중풍이 온 거죠. 평소 운동도 많이 하고 몸 관리를 잘 한 친구인데 집중된 스트레스로 인해 견디지 못한 몸의 가장 약한 부위인 뇌혈관이 터져버린 거죠. 수술 후 경대병원으로 병문안 갔을 때 말이 영 어눌해 ‘저러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사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더 이상 할 게 없으니 작은 병원으로 옮겨서 재활 치료하라”는 주치의사의 말에 따라 양한방 협진 진료를 하는 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전문적인 재활의학과 의사가 없어 ‘재활전문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재활프로그램이 좋고 주위에서 도와줘도 당사자의 투병 의지가 없으면 못 일어선다.”고 몇 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 몸을 회복한 제 경험을 얘기하면서, “친구 넌 분명히 일어설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결코 그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수시로 격려전화를 했습니다.

 

몇 개월 지나자 어눌하던 말씨가 확연히 좋아졌고 “혼자 살살 병원 복도를 걸을 정도는 된다.”고 하기에 “시간이 걸릴 뿐 혼자 걸어 다닐 날이 반드시 온다”고 용기를 돋우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하고 겁이 났는데 ‘일어설 수 있다’는 제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 없더라’고 하더군요. 기적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으나 죽은 줄 알았던 뇌신경이 살아나기 시작해 주치의사도 ‘보기 드문 사례로 학회에 보고해도 되겠다.’며 놀랐다고 합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고 사이버대학에 사회복지학 공부를 해 장기 투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며 앞산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꼭 지켜서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며 장기 투병 중인 사람이 오히려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꺼리가 생겨 몇 번 전화만 했을 뿐 찾아가본지 오래되어 미안하기만 한데 “그런 농성을 할 몸이 있어 부럽다”고 하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몸이라는 토대가 받쳐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죽을 용기로 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말은 몸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폭력이나 마찬가지이죠.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국민들의 건강을 개인에게 떠넘기다 못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 진료가 너무 많아 돈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재활치료는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서유럽의 경우 사고 후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동차보험 가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지만 우린 배척해 버립니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경제적인 효율성을 감안한다면, 결코 이렇게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을 일회용품 취급을 해 버리는 게 현실이지요. 농업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가치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고 소중하다’고 강조한 농경제학자인 김성훈 박사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자연이나 환경 역시 마찬가지임을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맑은 공기와 좋은 물의 자연 정화 능력은 돈으로 환산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의 한계지요.

 

전북 고창에서 바다를 막아 조성한 간척지에 예상치 못한 온갖 부작용이 일어나고 연안이 오염되자, 다시 갯벌로 복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세계 각지의 해안습지 전문가들을 초빙해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지방기초단체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눈을 뜬 것이죠. 무식하게 앞산을 파헤쳐 대구의 심장부를 파괴하는 김범일 대구시장을 당장 고창으로 보내 공부부터 시켜야겠습니다. 돈 들여 막은 간척지를 원래 갯벌로 되돌리는 마당에 생태보존이 잘 된 앞산을 파괴해 뭇 생명들을 죽이는 짓으로, 멍청하고 무식함을 넘어 몰상식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산 파괴하는 김범일은 고창에 가서 배우고 와라. 차비 없으면 우리 앞산꼭지들이 줄 테니까. (2009년 2월 12일 ‘나무 위 농성’ 61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