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파악해서 폭도라고 몰아붙이면 그만?
이번 용산 참사도 정말 ‘뻔히 들여다보이는 결론’을 향해서 나가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여섯 명이 죽었는데도, 애도를 먼저 표하지 않고 ‘진상 파악’해서 누가 ‘나쁜 놈’인지 찾아내라고 지껄이고, 자신이 보고 받아서 최종서명까지 해 놓고서도 어디에 했는지 기억조자 못하는 서울경찰청장 김석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히 꼴불견의 극치다. 경찰은 끝까지 누가 최종 승인했는지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구린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마구잡이로 시신을 부검한 것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수순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 내 5층 건물 옥상에서 농성중인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들어가 저항하고 있는 가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사망자 6명 중 경찰 특공대원까지 죽은 중대한 작전을 승인도 없이 처리했단 말인가? 시선을 ‘폭력시위’로 돌리려고? 불난데 기름 부은 경찰은 어디가고? 그런데, 이 사건을 ‘폭력적인 시위’, ‘도심 테러’이므로 진압했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물론, 그런 기습적이고 무리한 진압을 한 것에도 있지만, 진압 과정에서 ‘신나’에 불이 붙어서 난리가 났는데, 거기에 물대포로 꼼꼼히 물을 뿌려서 불을 더 번지게 해서 살인을 한 경찰들의 책임을 묻는데 있다. 이게 본질이다.
누가 불을 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치자. 솔직히 암흑 같은 곳에서 경찰 특공대가 치고 올라오는데 신나가 그득한 방안에서 라이터 켜고 화염병 던진 게 정말로 시위하던 사람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미 보고서 내용에도 나오지만, 신나가 그렇게 많이 있단 것을 안 경찰지휘부가 ‘불났으니까 물대포 쏴라’고 지시하는 모습은 정말 분노가 치밀 정도다. 경찰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동영상이다. 불나서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도 ‘물 뿌리지 말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사정없이 물을 뿌려대 불이 번질 수 밖에 없었다.
‘기름으로 난 불에는 물을 뿌리면 안 된다.’는 기본 상식도 어차피 그들에겐 없다. 왜냐하면, 경찰에게 소화기란 이미 촛불시위 때 ‘사람을 향해 발사하는 도구’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물대포만 줄기차게 쏘아댄 것일까? 경찰의 표현에 따르면 그 무시무시한 ‘테러범’들이 득실거리는, 그것도 ‘화염병’으로 무장한 그들에게 쳐들어가면서 어떻게 소방차 한 대 제대로 배치하지 않았을까? 왜 그 불을 끄기 위해서 소방관의 조언을 듣지 않았을까? 정말 그래서 소방차가 가까이 없었을까? 사건의 본질은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인 경찰들의 살인적인 진압 방법이다
자꾸 ‘테러’가 어떻고 그런 헛소리 하지말자.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의 결론은 어차피 다들 예상하는 대로 “경찰은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원인을 제공한 철거민과 철거민을 도운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 정도로 끝내고, 김석기를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경찰청장 자리에 앉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지만 그런다고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다. 대체, 왜? 그렇게 위험한 신나가 가득한 그곳에 진입하면서 물만 그렇게 뿌려댄 것인지 그 사실을 알고 싶다. 만약 불이라도 난다면, 진입한 특공대원들의 생명이 얼마나 위험했겠나? 현장의 특공대 지휘관도 ‘물을 뿌리면 위험하다’고 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구 뿌려댄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신나에 불이 붙었는데, 거기에 물을 뿌려서 자기 대원들까지 ‘골고루 잘 타도록’ 도와준 경찰의 만행은 도대체 어떤 직무수행으로 봐야 할까?
[동영상] 긴박했던 ‘용산 참사’ 진압 순간 [MBC] 2009.1.24
그런데, ‘진상규명’이 어떠니 그러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는 세월 낚으려고 하고 있다. 정말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저 동영상을 보고서도, ‘경찰 진압 작전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오나? 정말 그런 건가? 그런 결과를 내 놓고서도 하늘이 두렵지 않나? 자꾸 ‘도심테러’가 어쩌고 이런 핑계 대지 말자. 그래, 정말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냥 불에 태워서 죽여도 되는 건가? 그게 법치 국가인가?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비열한 행동은 제발 그만두어라. 그 분들은 살기위해 올라간 그냥 동네 식당 주인아저씨고, 통닭집 하는 서민이었을 뿐이다. 불에 탄 분 중에는 칠순이 넘은 분도 있다.
원인을 부풀려서 광우병쇠고기 사태처럼 주동자 색출하고, 무조건 때려잡는 식으로 나간다면 참 힘든 나날이 앞에 펼쳐질 것이다. 장기간 권력과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비폭력을 저항한 국민들이 이젠 최소한의 방어는 해야 한다는 경험을 뼈저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민중들의 저항에서 보듯이 폭력진압 앞에 비폭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사이버 모욕죄나 각종 법률을 맘대로 통과시켜서 손쉽게 잡아들일 것은 뻔하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맘대로 상정해서 맘대로 법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보이는 요즈음 국민을 섬기겠다는 그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섬기는 것이 이 정도라면, 대체 ‘섬기지 않을 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 애통한 죽음을 맞이하신 분들이 차별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도록 명복을 빈다. (동영상 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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