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마지막 날,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게 일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2008년 한해 ‘앞산꼭지’들의 대부분은 앞산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대구의 어머니 산 앞산은 도심에 위치해 있는 이런 산은 산이 아니라 공원이다 생각했을 뿐이지요. 그런데 앞산터널저지 싸움을 하면서 하루 이틀 알게 된 앞산은 예전의 앞산이 아니었습니다. 대구 인근의 한 야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왔던 앞산은 골이 깊고, 우리의 까막눈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무수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곳곳에 서려 있습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참 번질나게 앞산을 올랐습니다. 그 산에서 내려다본 대구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그래도 봐줄 만한 도시였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산을 오르면서부터, 앞산의 농성장에 오면서부터, 앞산꼭지들을 만나면서부터 이 대구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남들이 보여주는 대구가 아니라, 느끼고 눈으로 바라보는 대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더욱 대구의 모든 것을 아끼고 보듬게 되었고, 그 중간에 앞산이 존재하는 것이고요.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에 보던 것이 아니라” 했던가요, 대구사랑의 악순환(?)이 이어져 더욱 이 앞산터널 반대 싸움에 끈질기게 함께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운데 만난 사람들, 대구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몸으로 느낀 것이지요. 이런 근사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면서 반가움의 눈물이 반짝입니다. 비로소 오랜 벗을 만난 기분입니다.
태영건설의 갓 사회생활을 한 젊은 친구의 사진 불법 채증을 항의하다 ‘시×’이란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그저 몸으로 때운 아름다운 사람들이지요. ‘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인 우리는 동지이자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이 앞산이 주는 큰 선물을 듬뿍 받은 올 2008년입니다. 그래서 그 앞산과 함께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몇 장 골라봤습니다. 후에 따로 ‘앞산꼭지 사진전’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 봅니다.
12월 14일 드디어 ‘나무 위 농성’은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의 단식기도로 시작을 했습니다. 뒤를 이어가는 저 역시 단식으로 해야 하나 ‘밥을 안 먹으면 약을 먹을 수 없는 일’이 생기고,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세끼 챙겨 먹으면서 18미터 상수리나무 위에서 기도정진하고 있습니다. 골바람이 제법 불어 나무 위 성곽이 이러 저리 흔들리지만 건설현장에서 수 없이 경험한 탓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이웃교회에서 성탄 전날 ‘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기 위한 성탄예배를 농성장에서 드려 앞산꼭지들에게 기운을 북돋우어 주고 갔습니다. 새해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짓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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