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병역 거부자 대체복무 불가” 국방부, 1년여 만에 뒤집었다.

녹색세상 2008. 12. 24. 23:45
 

여론조사 앞세워 정책변경…‘인권정책 후퇴’ 비판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던 방침을 1년여 만에 번복해, “대체복무는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선 수용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국내외 인권 및 사법 기구의 권고를 토대로 한 것이란 점에서, 이런 정책 변경은 이명박 정권 들어 벌어진 중대한 인권정책의 후퇴로 평가된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대체복무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없지만,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복무는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선 수용 불가능하다.”고 말해 1년 여 만에 말을 뒤집어 신뢰를 추락 시켰다. 국방부는 지난달 대전대에 맡겨 성인 2천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1%가 대체복무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참여정부 때인 지난해 9월에는 소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대체복무를 ‘사실상 허용’ 하겠다는 원칙을 정한 바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12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이 헌법과 국제규약상 양심의 자유와 자유의 보호 범위 안에 있다’며 국방부 장관 등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고, 헌법재판소도 2004년 8월 ‘입법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양심을 보호할 국가적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사가 돼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1월 총회에 낸 한국인권 정례검토 보고서에서, “양심적 거부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병역 거부자를 형사 처벌하지 말고, 그들의 공직 취임을 금지하는 규정들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가 정책변경 근거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든 것도 편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국방부가 지난 10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에 맡겨, 국회의원(51명), 변호사(30명), 교수(99명), 기자(109명), 종교인(263명) 등 554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문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5%가 대체복무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소수자 인권문제의 특성상 전문가 견해가 중시돼야 하는데도, 사안에 대한 정보와 관심이 부족한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1년 만에 국방부가 말을 뒤집은 것은 권력 상층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임에 분명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쟁 없는 세상 등 35개 인권ㆍ평화 운동단체가 함께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국방부는 여론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0년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의제로 제기된 뒤로도 30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전과자가 되어야 했다”며 “보편성의 잣대로 소수자들을 판단하는 것은 민주주의 다양성 침해이자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에 대체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누가 신뢰할지 의문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대통령에 말 뒤집기 바쁜 장관까지 합세하니 가히 환상적이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