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사 앞두고 ‘야간집회 금지는 잘못’ 내부 기고 파문
경찰 상층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쇄신이 예고된 가운데 촛불시위, 집시법 등과 관련, 수뇌부의 공식 입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주장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임승택 경찰대학 교수부장(경무관)과 권용철 중앙경찰학교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5일 발간된 ‘경찰학연구’ 저널에서 촛불시위는 불순세력의 폭동이 아닌 소수자들의 저항운동이었고, 야간집회 금지는 경찰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폈다. 권 교수는 저널에서 “촛불시위는 3.1만세운동, 4.19혁명 등과 같이 전 국민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촛불시위는 특정 불온세력들이 주도한 것”이라는 경찰 수뇌부의 ‘촛불 배후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포졸대장인 어청수의 대응이 무척 궁금하다.
▲ 시위대는 진압이 아닌 해산이라고 경찰 경비 교범에 나옴에도 불구하고 어청수 청장은 강경진압 일변도로 무차별 폭력 진압을 지시했다.
권용철 교수는 논문에서 촛불배후로 지목돼 왔던 진보진영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에 대한 반대를 지난 한미FTA 협상 과정부터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주도권을 일반 국민들에게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결국 진보진영은 촛불시위 내내 시위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함께 병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대다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끈 촛불시위를 일부 불온세력의 폭동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대 청소년, 여성, 노인 등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사회적 약자 그룹이 촛불시위를 이끈 것처럼 이들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경찰과 정부에게도 변화된 상황에 대해 기민하고 객관적이며 열린 자세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부장은 ‘현행 집시법의 주요 쟁점과 개정 방향’ 논문을 통해 집회 금지처분을 남발한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간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온 경찰의 태도에 대해 “집시법이 야간집회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는 ‘부득이한 경우’를 경찰이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 금지시켰다”고 비난했다. 현행 집시법은 주최자가 질서 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허용토록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또한 헌법 취지상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집회 신고제를 사실상 ‘경찰서장의 재량에 의한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일부 단체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경찰은 능동적으로 집회ㆍ시위를 허용하는 헌법 이념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의 기존 입장을 반박하는 이들 논문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촛불시위 진압에서 온건파였던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이 경찰대 학장으로 사실상 좌천되고, 올해 말 정년퇴직에 이르게 된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촛불 엄단은 경찰력 남용’이라고 지적해온 일부 진보성향 경찰 내부의 목소리도 이런 논문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편 다음 달로 예정된 경찰 정기인사에서는 한진희 경찰대 학장의 퇴직 등 치안정감 세 명의 용퇴가 예상된다. 이 자리에 치안감 3명이 승진하고, 2명의 용퇴가 예상돼 치안감 다섯 자리가 물갈이 된다. 또 올 3월 인사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총경 7~8명이 경무관으로 승진할 것으로 보인다. 어청수 청장 임기 내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제2기 어청수호’ 친정 체제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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