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하고 치졸한 과잉대응
결국 검찰은 미네르바를 구속했다. 그의 구속은 개인 박대성의 구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한국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검찰에 의해 구속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너무 옹졸하고 치졸하다. 그의 많은 글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왔고 때로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내용을 말하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던 점,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을 법하다. 그렇다고 일개 인터넷 논객을 상대로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반박을 하고, 이제 그것이 모자라 대한민국 검찰이 나서서 구속시킨 것은 분명 과잉대응이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 내용이 이를 말해준다.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수백편의 글 가운데 검찰이 문제 삼을 수 있었던 내용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부분이라든가, “외환 예산 환전 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이라고 쓴 부분 정도가 구속영장에서 밝힌 범죄사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공익을 파괴할 목적’이 있었다며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하였지만, 미네르바는 소외된 약자를 위해서 글을 썼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에 대해 검찰과 같은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구속되어야 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협조 요청’이 있었던 것을 ‘금지 명령’이라고 부정확하게 표현한 것까지 구속감이 되어야 한다면, 네티즌들이 어디 주눅 들어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미네르바의 글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사과까지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미네르바에 대한 검증은 검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네티즌과 전문가들에 의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네르바 구속시키고 여론은 잃는 MB 정부
어차피 그가 제시한 경제전망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몇 가지 드러나던 상황이었지만 비교적 개인이 쓴 글 치고는 자료와 근거가 알찼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그의 주장의 공과가 균형 있게 짚어질 수 있었을 텐데 대한민국의 검찰은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기다려주지 않고 곧 바로 미네르바를 구속시키고 말았다. 검찰의 발표대로 ‘짜깁기’했다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짜깁기나 자구 수정도 알아야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미 역풍이 불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청해 가면서까지,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구속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에 반대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5공 시절을 방불케 하는 공안기관의 여론통제 방식에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연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신공안정국’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정치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광우병'의 악몽을 떠올리며 ‘PD 수첩’을 잡듯이 미네르바를 잡은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미네르바 한 사람 구속시키고 여론을 잃는 우를 범한 것이다. 왜 스스로 화를 키우는 길을 가는 것인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임에 분명하다. 권력에 알아서 기는 검찰은 국민들로부터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검찰력의 집행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자업자득’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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