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미국 대선 결과와 오바마를 보면서.....

녹색세상 2008. 11. 5. 13:02
 

큰 추세나 흐름을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한 지혜와 안목이 생긴다. 그럴 경우 위험을 줄이고  기업과 개인의 생산성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한 흑인인 미국 대선 후보인 ‘배럭 오바’의 성공담을 그런 큰 흐름의 차원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대북 정책의 기본적인 기조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고 공화당은 부시가 하는 짓을 보듯이 ‘압박을 통한 해결’이다. 큰 차별은 없으나 다소나마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미FTA와 관련해 지금의 내용보다 더 강화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오바마의 당선을 단순히 비주류 흑인정치인의 성공스토리로 보면 곤란하다. 오바마 당선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근 20년 만에 가장 민주당스러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사점을 주는 문제다.

 

 

90년대 이후 세계 정치의 추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도화, 색깔 지우기’였다. 이런 중도화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것은 유명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이다. 그가 주창한 ‘제 3의 길’은 당시 전통적 정당체제에 익숙한 많은 정치인들과 전문가 집단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이 제 3의 길을 충실히 이행한 정치인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의 토니 블레어, 미국의 빌 클린턴, 한국의 김대중과 같은 이들이다. 90년대,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은 보수당 뺨치는 보수정책으로 중도적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토니 블레어를 이기기 위해 오늘날 보수당은 ‘데이비드 캐머론’이라는 사십대의 꽃미남을 당대표로 삼고, 노동당만큼이나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쏟아내었다. 미국은 어떠했는지 돌아보자. 레이건 이후 공화당 일색이던 미국 정치계에 빌 클린턴은 자유분방하고 금융자본에 친화적인 면모를 보이며, 전통적 민주당의 색깔을 탈색시키는 방법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 민주당을 집권시키는데 성공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한국의 경우 역시 김대중과 같은 야당 정치인은 종래의 진보적 색채를 빼고(물론 김대중은 진보가 아닌 전형적인 친미보수정치인이다.) 자유주의적인 정강정책으로 보수층을 안심시키는 방식으로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미국물이 배인 경제관료들의 장난질에 놀아나 공기업을 비롯한 알자 기업을 외국 투기 자본에게 갖다 바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심각한 사태를 가져왔다. 90년대는 이렇게 ‘중도화,, 제 3의 길, 자기 색깔 지우기’의 전략이 먹히던 시절이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화려한 성공스토리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 속에 신자유주의가 파국을 맞이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고 있다. ‘시장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반성이 시작되면서 클린턴과 블레어 방식의 자유주의를 표방한 ‘얼치기 진보’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은 오히려 경제 왜곡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전통적 케인즈주의의 믿음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 결정적 결과물이 바로 오바마의 집권인데 이런 점에서 그는 행운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악으로 치닫던 영국 노동당의 인기가 다시 보수당에 근접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눈앞에 다가온 총선에서 사민당의 부활 분위기에 잔뜩 긴장한 눈치다. 스페인, 브라질, 호주 모두 노동당은 보수당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이 모두가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한 큰 변화의 풍경이다. 우리는 지금 매우 강력한 세계정치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민주당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한 급진적인 인물이 대국 미국의 최고 통수권자가 될 만큼 전 세계의 정치적 추세는  ‘선명성’으로 수렴되고 있다. 안타깝겠지만 세계의 보수 정당들은 여러모로 우호적이지 않은 여건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향후 경제시스템이 또 다른 격변을 겪지 않는 이상, 이러한 추세는 아주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흐름이 될 공산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 재편이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국제 사회의 변화된 모습은 한국의 민주당과 같은 진보색채를 갖는 전통 정당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한국의 민주당 역시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고, 선명성 경쟁으로 살 길을 찾아야 되지만 한국의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책과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차별은 전혀 없다는 게 김대중ㆍ노무현의 지난 10년을 통해 우리는 잘 안다. 오바마의 승리처럼, 자기 정체성에 충실한 색깔의 정치인이 보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이 되던 오바마가 되던 미국의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파는 미국의 무기장사꾼들과 월가의 돈놀이꾼들이 정치판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남북이  ‘전쟁종식’이 아닌 휴전 상태에 있어 긴장 상태인 우리로서는 대북 문제를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로 가는 민주당의 정책 노선이 조금 도움이 될 뿐이다.  정주영의 ‘소 때 방북’을 남한 자본의 이동이 아니라 ‘민족자본’이 북한에 갔으니 남북 협력교류가 활성화 된다고 하는 정신 나간 어느 정파 말고는 한반도 문제에 ‘차별성’이 있다는 기대는 환상임을 알 것이다. 남의 나라 선거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온갖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이 땅의 현실이 서글프기 그지없다. (한토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