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한나라당 “직불금, 제 발등 찍었다” 낭패감

녹색세상 2008. 10. 20. 12:32
 

소속의원 2명 ‘수령’ 소식에 “부자당 인상 굳어져”

당 일부 청와대선 “홍 대표 너무 나갔다” 불만도



“쌀 소득보전 직불금 문제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한 한나라당 초선의원)


한나라당이 16일 낭패감에 휩싸였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신청·수령자들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언급하며 목청을 높였다가, 한나라당 소속 김성회, 김학용 의원이 직불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공무원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쌀 직불금 제도가 시작된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3년 동안 총 3조4천억~3조5천억원이 지급됐는데, 이 가운데 잘못 지급된 국가예산은 즉시 환수해 농민 대책을 세우는 데 써야 한다”고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같은 당 의원들 문제엔 “법적으로 문제없다. 잘못됐다고 모는 게 마녀사냥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순진하잖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 부자당의 면모를 과감히 보여주었다.

 

 


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한 중진의원은 “‘한나라당은 역시 부자당이다’란 일반 국민들의 이미지만 강화하는 꼴이 됐다. 당이 점수를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영남지역 의원은 “당 지도부는 쌀 직불금 문제를 내세워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문제나 <와이티엔>(YTN) 사태 등 악재에 대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 같은데 되레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 같다”며 “성난 농심이 이제 당으로 향할 것 같다.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선 “직불금 부당 신청ㆍ수령자 적발과 징계가 용두사미로 끝나면 당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쌀 직불금 정국을 주도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향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실컷 칼을 들어 푹 찌르고 돌아보니 자기가 거느린 병졸이 쓰러진 것 아니냐. 두루 돌아봤어야 하는데 전략적이지도 치밀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 본인도 전날 두 의원의 쌀 직불금 수령 소식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홍 원내대표가 쌀 직불금 문제에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다. 당정 간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수습’에 나섰다. 그는 “전체 고위 공무원단(1~3급) 가운데 60~70명 정도만이 가족 등의 명의로 쌀 직불금을 받았고, 이 가운데 3%(2~3명) 정도만 문제인 것으로 행정안전부의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직불금을 받았다고 했던 3명의 고위 공무원 가운데 1명은 이미 퇴직했고, 1명은 올해 신청자였다”고 말했다. 결국 1~3급의 고위 공직자 중 쌀 직불금 수령이 ‘문제’가 되는 이는 3~4명의 극소수에 불과하게 되는 셈이다. 그는 또 “형사처벌까지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그는 “경우에 따라 사법처리하겠다”고 호언했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한 직불금 환수 완료 시기 역시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답했다. 한 당직자는 “홍 원내대표가 너무 나갔다. 수습을 어떻게 할지 …”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국회의원과 중앙부처 공직자뿐만 아니라 시도의원들도 농사는 커녕 논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쌀직불금을 수령하는 등 곳곳에서 지뢰가 터졌다. 이는 명백한 횡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마땅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미루기만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노무현 정권 시절의 잘못’이라며 물 타기를 하다 시도 했으나 오히려 여론이 악화되자 국정조사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홍 반장(홍준표)을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제법 세게 나간다. 말썽이 된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은 10월 20일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걸 두고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