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를 앞두고 촛불시민들에 식칼테러, 생명 위독

 

머리에 칼 박히는 등 중태…식칼난동사태에도 경찰은 ‘수수방관’

 

▲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가 사건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촛불시민들이 괴한이 휘두른 식칼에 찔려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새벽 2시 경 조계사 앞 우정총국 공원에서 ‘안티이명박 까페’ 회원 3명에 대한 식칼난동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필명 ‘너럭바우’ 씨에 의하면 사건이 일어난 시각 피해자들이 우정총국 공원에서 명동 홍보전 관련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한 남성이 이들에게 다가와 “조계사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후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 내가 정육점을 해봐서 잘 아는데 한우보다 미국산 쇠고기가 훨씬 낫더라”며 시비를 걸어왔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그냥 가시라”고 하자 일단 사라졌던 그 남성은 불과 2~3분 후 다시 돌아왔다. 피해자들은 당시 가해자가 손에 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무방비 상태였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온 가해자가 갑자기 바로 앞에 있던 필명 ‘친구여놀자’ 씨를 칼날로 내리쳤다. 그리고 필명 ‘매국노저격수’ 씨를 역시 칼날로 가격했고, 곧이어 필명 ‘젠틀맨’ 씨 등이 이마와 눈 주변, 목 뒷부분을 찔리거나 가격 당했다.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괴한이 휘두른 칼부림에 ‘안티이명박까페’ 회원 3명 중 1명은 뒷목을 칼로 깊이 베고, 심지어 머리에 칼이 박히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각각 백병원, 서울대병원, 국립의료원 등으로 후송됐지만 2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명 ‘젠틀맨’씨로 알려진 네티즌은 당시 수배자 천막에서 급히 연락을 취해 달려온 의료진에 의해 머리에 칼이 꽂힌 채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의사는 “일단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조치는 잘 됐다고 볼 수 있으나 칼을 뽑을 경우 과출혈이 발생해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병원으로 이송된 새벽 2시25분 경 즉각 수술준비에 들어갔으며 본 수술은 새벽 4시 경 시작됐다. 수술이 진행 중이던 오전 9시30분 경 병원 주변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경찰이 수술대기실에 나와 “의료진이 일단 칼은 제거했다고 한다”고 전했으며 수술경과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진은 현재 병원에는 피해자 가족 3명과 까페 회원 수 명이 대기하고 있으며 사복경찰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 9일 새벽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와 목격자들이 사건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가해자들 안 취했다…“뉴라이트 바로알기 운동한 이들만 피습”

 

또 백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 ‘친구여 놀자’ 씨는 수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했으며 말도 간혹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위독한 상태다. 의료진은 “경동맥은 다행히 비켜갔지만 얼굴부분 신경을 다친 것 같다”고 소견을 밝혀 이후 경과를 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티이명박까페’ 회원 필명 ‘사랑과평화’ 씨는 “이 사건에 대해 현재 방송에서는 가해자가 술이 취한 상태였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당시 목격자들 진술에 의하면 말짱한 제정신이었다고 한다”고 전하고 “사라졌다가 불과 2분 만에 칼을 들고 왔다는 것은 근처에 미리 칼을 숨겨놓았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6일 사회 지도층 의견 수렴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더구나 피해자 3분은 15일째 명동에서 뉴라이트, 한나라당, 이명박 규탄집회와 피켓시위,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던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이들을 쫓아와 일부러 시비를 걸고 금방 흉기를 가져와 칼을 휘두른 정황을 볼 때 미리 계획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며 분개했다. 한편 식칼난동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보인 행태에 대해 네티즌, 시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조계사 부근에서 근무 중이던 사복형사들은 상황을 수수방관하며,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로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오히려 가해자가 범행 후 사복형사들 옆을 지나갈 때까지 상황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고현장을 무리하게 은폐하려고까지 했다는 것.

이날 새벽 조계사 식칼테러 소식을 접한 시민, 네티즌 등은 당일 저녁 7시 비정규직 노동자와 촛불시민들이 함께하는 대규모 문화제 개최에 앞서 조계사 총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네티즌들은 평화롭게 촛불을 밝혀들고 국민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심대한 피해를 입고 사경을 헤매는 이들에 대해 더할 나위 없는 안타까움을 전하며 쾌유를 빌고 있다.  안티엠비 등 네티즌 모임들은 이명박 정권 출범 때부터 다양한 사회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 과정에서 지난 7월부터 이명박 정권은 검경과 사법권을 통원해 언로를 차단하고 구속하는 등 탄압공세를 전면화했다. 이런 범죄는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매우 치졸한 짓으로 경찰의 업무태만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엄중문책을 받아 마땅하다. 냄새가 나도 너무 심하게 나는 사건이다.  이러고도 국민과의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사기’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