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검문 경관 ‘품위손상’ 이유 징계…경찰 총수는?
불교계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9일 국회 행정안전위에 출석해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사퇴론에 가세하는 상황에서도 행안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 청장을 적극 두둔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사의 표명을 요구하는 등 회의 내내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5월 촛불시위가 일어난 후 처음으로 국회에 출석한 어 청장은 “100일 넘게 계속된 촛불집회 현장에서 절제된 공권력의 기조로 대처해 왔지만, 묵과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치 확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이유야 어쨌든 15만 경찰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이러한 압박을 받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어청수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차관 직급의 경찰청장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앉아 있는 모습은 이청수가 처음이다. (사진:오마이뉴스)
어 청장은 “최근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해 일부 사실에 대한 오해 등으로 심려를 끼친 것도 송구스럽다. 특정 종교 편향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어 청장은 “내 사퇴는 개인 소신의 문제가 아니라 15만 조직의 안전과 사기 문제”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며 “더욱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겠다”고 사퇴 요구를 단칼에 뿌리쳤다. 대통령이 뒤를 받쳐 준다는 자만과 오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 청장이 뻣뻣하게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용퇴 의향이 있는지 태도를 분명히 본 후에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김충조 의원), “경찰청장 파면권고안을 의결한 뒤 질의응답을 진행하자”(강기정 의원)고 압박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을 검문한 경찰관 4명의 징계 사유에 대해 어 청장이 “경찰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답하자 강기정 의원은 “경찰청장도 동생의 성매매 의혹이 나올 정도로 품위 손상을 많이 했는데, 청장도 스스로 사퇴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어 청장은 여당 일각의 사퇴론에 대해서도 “그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자유지만, 내게 직접 얘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 이날 답변에서 과격 시위의 책임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떠넘기고 시위 진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어청수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광우병대책회의 구성 후 촛불 분위기 달라져”
어 청장은 “5월 2일 촛불시위가 시작된 후 같은 달 6일 광우병대책회의가 구성되면서 분위기가 좀 달라졌고, 24일부터는 도심을 완전히 점거했다”고 말했는데, 광우병대책회의가 시민들의 도로 진출을 말리다가 비난을 받을 정도로 초기의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한 점은 애써 외면했으니 경찰청장이란 사람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국회에 출석해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거짓말도 부족한지 이어 어 청장은 “우리나라는 시위 진압을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자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안전에 유의하며 진압하는 나라가 없다. 우리는 최루탄도 쏘지 않는데, 레이저로 시위 진압하는 선진국도 있다. 오죽하면 경찰버스로 시위대를 막았겠나? 일부 폭력시위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사고, 일부 부상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한다는 말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집단 폭행하고 경찰서로 강제 연행한 것에 대해서는 일번반구도 하지 않았다.
“경찰청장처럼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이 법에도 없는 대통령 임면권으로 해임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질문에 어 청장이 “내 문제가 급해서 그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하는 대목에서는 일부 경찰간부들이 폭소를 터뜨려 눈총을 샀다. 경찰총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과 달리 여당 의원들은 어 청장에게 법질서 확립을 주문하고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를 주는 등 ‘어청수 감싸기’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행안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은 권경석 의원은 “조계종 총무원장 이외에 사회지도층 불심검문 사례가 있느냐”고 물어 어 청장으로부터 “97년 명동성당에 수배자가 있을 때 김수환 추기경 차량에 대해서도 검문이 이뤄진 적이 있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원칙대로 총무원장 차를 검문한 경찰관을 ‘품위손상’으로 징계할 것이 아니라 표창을 해야 될 일 아닌가?
‘약자 배려한다고 선진국 아냐?’…‘공권력 도전에 무관용 원칙’
같은 당 김성조 의원이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 수준이 30개국 중 27위에 머물고 있다”며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약자를 배려한다고 해서 선진국은 아니다. 국가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자 어 청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권력 도전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찰청장 출신의 무소속 이무영 의원도 “촛불집회의 근본책임은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인 정책담당자에게 있는데, 경찰청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면 누가 소신껏 일하겠느냐”며 “경찰이 하수종말처리장처럼 전부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거들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다 더 소중한 권력이나 국가기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조차 모르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어 청장은 자신의 사진이 삽입된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대해서도 “2005년부터 연례적으로 해왔던 것이고, 일선 경찰서에 260부를 배포했지만 실제로는 종로경찰서 한 군데에만 붙어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범불교종교편향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은 진화 스님은 “이전에는 일선 경찰서까지 포스터가 배포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일선 경찰서까지 배포했다"‘고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어 국회에까지 나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9일 새벽 조계사 부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사건에 대해서는 ”순식간에 칼로 찌르고 도주하는 범인을 경찰이 추적 검거했다.“며 촛불시위 지지자들의 안전 문제도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과는 상반된 말을 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닮아서 인지 광우병쇠고기 협상 책임자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촛불을 향해 공권력이란 미명 하에 폭력을 휘두른 어청수 경찰청장까지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 ‘그 주인에 그 머슴’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불교대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대구 동화사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하러 간 사람을 쫓아냈다면 그 집 사람들이 문제지만 어청수 청장의 하는 짓이나 조계사 부근에서 발생한 식칼테러에 대한 대처를 보면 ‘문전박대’가 그나마 양반이다. ×물 뒤집어쓰지 않은 게 다행이다. (오마이뉴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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