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마타하리 사건의 진실과 국가보안법. 여간첩 사건....

녹색세상 2008. 8. 29. 13:52
 

여간첩의 대명사인 마타하리 사건은 스파이 역사상 최고의 뻥튀기 사건의 희생자입니다. ‘세계1차대전’을 즈음해 독일산 공작원을 영국이나 프랑스 방첩 당국들이 체포하면 하나같이 어디론가 끌려가 성질머리 더럽고 입에 걸레 문 노파로부터 간첩 기초훈련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누구인지 신상파악은 안되나, 진술에서 빠진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양국의 방첩당국은 이 할머니에게 ‘여교수’라는 코드명을 붙이게 됩니다. 종전 이후에야 양국 방첩당국은 그이 이름은 이엘스베트 슈라그밀러(1894~1939)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1차대전’을 전후해 독일의 첩보전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심문하던 중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1차 대전 최대의 여간첩 사건이었던 마타하리에 대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는군요. “그 년... 너무 멍청해서 내가 짤랐어.”라고. 절세 미인이긴 하지만 머리가 너무 나쁜데다가 암호나 무전기 조작방법을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기에 포기했던 겁니다.

 

▲마타하리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그레타 가르보(좌)와 각선미가 가장 아름다운 배우로 꼽혔던 마들렌느 디트리히(우) (사진:Beauty & Music카페에서)



본명 Margaretha Geertruida Zelle(1876.8~1917.10), 우리말로 풀면 ‘여명의 눈동자’인 마타하리는 그럼 왜 무시무시한 여간첩의 대명사 비슷하게 되었을까요? 이건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직면했던 국내적 압력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차 대전이 터졌을 때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책임자들은 1주일 내에 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공언을 했죠. 그러나 전쟁은 5년을 끌었고, 독일과 러시아 약 170만 명, 프랑스가136만, 오스트리아 120만, 영국 90만, 미국은 12만 6천여 명이 죽었던 대참사가 벌어지자 양국 정부는 희생양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죠. 그때 여교수가 다른 스파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타하리가 스파이라는 증거를 흘렸죠. 체포한 담당자들도 마타하리의 뇌용량에 비해 지나치게 죄목이 많다는 것을 의심했지만 면피할 방법을 찾던 전쟁 관련자들은 만세 삼창을 불렀다고 합니다. “그녀의 치명적 유혹에 빠져 우리가 늪으로 끌려들어갔다”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전을 펼치면 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판단착오를 덮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결국 그녀는 총살되지만 국가 간의 긴장관계에선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사건 아닐까요? 여자 하나 잡아서 정국전환 할 수 있다면 그거 안할 인간들이 없겠죠. 사실 해방 후 발생한 김수임 사건도 비슷했던 경우인데 여간첩ㆍ치명적 유혹 따위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경우 치고 이와 유사하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봅니다. 만만한 희생양 하나 만들어 족치고 지네들은 면피하겠다고 작정한 영국과 프랑스의 정치인과 관료, 그리고 제대로 작동되는 스파이망을 보전해야 할 독일의 필요 등에 묻어 예쁘기만 하고 멍청했던 여자가 여간첩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번 사건에서 원정화씨가 북한에 넘겼다고 하는 게 각 부대 정훈장교의 이메일과 연락처 등이었다는 결과를 보면 이 사건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일을 ‘10년 만에 처음 간첩이 잡혔다’는 등의 뇌에 프레온 쌓인 인간들 입에서나 나올 말을 마구 지껄이죠. 딴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과 같이 사실을 선택적으로 뇌에 저장해두는 무리들의 기억과는 달리, 지난 98년부터 2006년까지 국정원이 체포한 대남 공작원들은 그 숫자가 33명에 달합니다. 이건 2006년에 국정원이 공개한 간첩검거실적을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죠.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이 여성이 10년 만에 처음 체포한 간첩이고, 10년 동안 간첩을 잡지 못한 이유가 ‘국가보안법 폐지’하려고 했던, 그리고 주적 개념을 삭제했던 ‘좌파정부’ 때문이라고 몰고갑니다.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대한민국 현행 법체계에서 ‘간첩’을 잡을 수 있는 법적근거는 국가보안법에 있는 게 아니라 형법에 있죠. 형법 2장 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적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의 군사기밀 등을 누설한 자’를 간첩이라고 하며 외환죄로 처벌한다는 것이죠.


지난 쇠고기 협상 당시 주미대사가 우리의 협상전략과 목표를 미국 쪽에 다 보여줬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라고 한다면 이 인간이야 말로 간첩죄로 쇠고랑 차고도 남죠.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그냥 넘어가 버렸습니다. 눈이 가린 사진으로 봐도 별로 미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얼굴에 나이는 30대 중반에 애 딸린 이혼녀, 이런 바탕을 가지고 ‘성적 접근’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막상 발표하고도 너무 황당하니 합동수사본부는 “여간첩 원정화는 158센티미터의 키에, 말투가 거칠고 그리 예쁜 얼굴이 아니었지만 황 대위가 여자를 사귀어본 경험이 없어 누나 같은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는 이 따위 말을 지껄이는 것이죠. 황 대위가 여자 볼 줄 몰라서 남들이 보기엔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연상의 누나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눈이 멀어 군사기밀까지 넘겼다는 삼류소설입니다. 마타하리처럼 엮어놓긴 했지만 대부분의 간첩사건은 ‘정국전환용’이라는 걸 우린 압니다. 이런 3류 간첩 잡는데 3년이나 걸렸다는 공안 당국은 반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공안정국을 조성하겠다는 저의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 아닐까요? (한토마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