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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이승엽, 4번 타자로 부활하라.

녹색세상 2008. 8. 20. 19:30
 

뜨거운 날씨에 선수도 관중도 덥다 더워


20일 오전 11시 30분 베이징 우커송야구장. 이날 열리는 한국 대 네덜란드의 올림픽 야구 예선전은 어찌 보면 지루한 경기가 될 수 있었다. 이미 6승으로 일찌감치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한국이나 고작 1승으로 예선 탈락이 확정된 네덜란드 모두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날 원정팀이었던 한국은 1루 덕아웃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관중석은 특별히 국가별로 나눠져 있지 않고 자국의 깃발을 들고 소리치는 응원단이 곳곳에 섞여 있었다. 경기 자체가 치열한 경기가 아니기에 관중석의 분위기도 한-미전이나 한-일전에 비해 매우 조용한 편이었다.

 

▲ 한국의 김현수(오른쪽)가 20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8회초 2사 1,2루 타석때 1타점 적시타를 친뒤 이승엽 1루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며칠 새 화창한 날씨 덕에 베이징 시민과 각국의 관광객들은 모처럼의 푸른 하늘을 보며 베이징 거리를 즐겼다. 하지만 정오의 야구장은 너무나 뜨거웠다. 지금 한국에서 프로야구 리그를 하고 있다면 무조건 오후 5시나 6시 이후에 경기를 하겠지만, 올림픽 일정상 8개 팀 중 4개 팀은 먼저 2개의 야구장에서 뜨거운 시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연방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폈다. 다른 종목의 경기장에선 사람을 다치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입조차 허용되지 않던 우산과 양산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더위를 못견뎌한 일부 관중은 결국 승부가 갈린 경기 후반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선수들도 더위에 힘들어한 것일까? 2회 초 2사에 안타를 치고 나간 이용규가 캐나다 투수 스밋의 견제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캐나다에서도 우익수 카스테르가 자신 앞에 오는 타구를 처리하고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 메우이스로 교체되기도 했다. 

 

 

선수들의 ‘퇴근본능’ 네덜란드에 8회 콜드승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여름 날씨에 흔하지 않은 낮경기와 연일 접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시원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로 멋진 공격력을 보여 8회 콜드승을 거뒀다. 경기 시간은 약 2시간. 더운 날씨에 고생하지 않고 빨리 쉬겠다는 대표팀의 '퇴근본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1회 이대호의 선제 2점 홈런, 7회 이택근의 솔로 홈런 등으로 화력에서 네덜란드를 제압했고 선발 장원삼이 8이닝 완투로 콜드게임을 이끌어냈다. 이날 경기에서 이승엽은 준결승을 대비한 컨디셜 조절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았다. 대신 이진영과 함께 1루 베이스코치를 번갈아 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 한국의 김경문 감독과 코치들이 20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8회 10-0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뒤 응원단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하지만 이승엽이 있어야 할 자리는 베이스코치 박스가 아니라 ‘4번타자 겸 1루수’다. 그런데 네덜란드전 이전까지의 6경기 타율이 고작 0.136에 불과하다. 22번의 타석동안 3개의 안타와 2타점이 전부. 이승엽의 시원한 홈런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큰 활약을 한 이승엽이기에 김경문 감독과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아직도 크다. 타선의 침체와 불펜의 난조 등으로 위기를 겪어왔던 한국 대표팀이 이번 7전 전승 진출을 계기로 결선 토너먼트에서 이승엽이 부활하는 날 한국 야구는 8년만의 메달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