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양심선언’ 이길준 의경 무기한 농성 돌입

녹색세상 2008. 7. 28. 00:50
 

기자회견 열고 ‘전의경 폐지’, 사복경찰 진입 시도


촛불집회 진압에 투입됐던 의경이 27일 “부당한 시위진압 명령을 거부한다”며 병역 거부를 선언한 뒤 전·의경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이길준 이경은 이날 저녁 7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경 복무 중 촛불집회 진압 등의 업무가 나의 신념과 어긋나기에 현역 의경으로서 병역 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양심선언문에서 “애초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에 복무하고 싶어 지원 입대한 의경 업무가 생각과 많이 달랐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적개심을 갖고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심한 억압을 느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양심선언문을 낭독한 이씨는 경찰 진압복을 벗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신월동성당에서 전·의경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촛불집회 폭력 진압 때문에 부대 복귀 거부를 선언한 이길준 의경이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주시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이덕우 변호사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격려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이씨의 법률자문을 자처한 이덕우 변호사는 이날 “1995년 합헌 결정을 받은 전투경찰대 설치법은 정치ㆍ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재심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전투경찰대 설치법과 그 모법인 병역법의 위헌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양천경찰서 소속 경찰관 10여명이 사복 차림을 한 채 진입하려다 주최 쪽의 제지를 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다음 ‘아고라’ 누리꾼 등 30여명은 이날 저녁 신월동성당에 모여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한 촛불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씨 부모들의 만류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씨는 이날 “부모님과 이틀 동안 대화를 하며 나의 결정을 이해해주시기로 해 회견장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경 복무가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니 육군에 복무하게 해 달라’고 한 후 두 번째의 양심선언이다. 촛불 시위 진압에 동원된 전의경 내부의 동요가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젊은이들의 양심을 마비시키는 짓을 해가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자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갈수록 점점 늘어만 간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