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경찰지휘관이 ‘보이지 않게 때려라’ 명령”

녹색세상 2008. 7. 26. 13:29
 

촛불진압 의경 밝혀…양심선언 회견은 취소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 중인 이길준 이경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촛불진압 현역 의경의 인간선언’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회견을 주선한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는 “지난 23일 2박3일 특별외박을 나온 이씨가 ‘부당한 시위진압 명령을 더는 따를 수 없다’며 도움을 요청해 와 회견을 준비했다”며 “그러나 이날 이씨의 부모들이 양심선언을 강력히 만류해 일단 회견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전날 ‘한겨레21’ 등과의 인터뷰에서 양심선언을 결심한 배경과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의 심경 등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지휘관들이 시위대를 ‘보이지 않게 때려라’고 명령하는데 이에 저항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저항을 결심했다”며 “새벽 진압이 끝난 뒤 내 안에 있는 인간성이 하얗게 타 버린 것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경찰이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경찰이 놀라 달아나는 시민들을 지하도 들머리까지 쫓아가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사진:한겨레신문)



이 이경은 물대포가 처음 등장한 지난 5월31일~6월1일 청와대 앞 시위를 포함해 수차례 촛불시위 진압작전에 투입됐다. 그는 “예전부터 군대와 징집 제도에 회의적이어서 타협책으로 의경에 입대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위진압에 동원됐다. 진압이 끝나고 선임들에게 폭언을 들으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관들이 시위대의 안전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니까 때리지 마라’ ‘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라’는 식으로 교양을 한다”며 “시위 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안 보이게 많이 울었다”고 토로했다. 이 이경은 복귀 시한인 이날 저녁까지 부대로 돌아가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시내 모처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을 정권의 방패로 악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진압군으로 투입되어 명령에 의해 총을 쏜 것에 대해 괴로워하다 정신분열증에 걸려 지금까지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사람들, 속죄하는 심정으로 속세와 인연을 끊고 광주 영령들을 위해 기도하며 수도하고 5월이면 망월동 국립묘지를 찾아가 참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