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어청수 청장, 앰네스티도 수사 하시려우?

녹색세상 2008. 7. 23. 11:27
 

어청수 청장의 법적 대응 거론은 국제적인 망신


미치겠다. 그렇다. 말 그대로 미치겠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국제 앰네스티’에 대해 ‘법적 대응’을 이야기했다. ‘촛불시위’에 대한 국제 앰네스티의 비정기 조사관으로 급파된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의 보고서를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번역한 것에 대한 ‘법적 대응’이다. 경찰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다’는 것과 함께 '오역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정 기자회견 및 보도를 요구했고,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한 곳은 오역 실수를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했지만, 14세 소년 및 23세 여대생 폭행 등에 대해서는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나온 반응이 ‘법적 대응’인데 정말 궁금하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대한 그 ‘법적 대응’을 어느 곳에 제기할 생각일까? 대한민국 사법기관인 검찰 및 경찰에 제기할까? 어청수 경찰청장이 검찰이나 경찰에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대한 ‘명예훼손’을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할 말이 없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자 세계 역사에 남을 코미디나 다름없는 일이다. 경찰청장의 고발이나 소송제기에 의해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를 수사하는 일을 상상해보자. 이왕이면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아보는 것은 어떤가?

 

 

▲ 지난 20일 새벽 촛불문화제 이후의 가두시위에 대해, 인도까지 원천봉쇄한 경찰. 설마 이것이 ‘과잉’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겠다.



한 가지 더 있다. 검찰이 MBC ‘PD수첩’을 향해 ‘프로그램 원본’을 요구하듯이,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의 ‘영문 보고서 원본’을 달라고 요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어청수 경찰청장, 이런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저렇게 비아냥거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알고 봤더니, 청장이 불쑥 ‘법적 대응’을 내뱉기는 했지만, 어디에 법적 대응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청 외사정보과장을 맡고 있는 김병화 총경은 지난 22일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청수 청장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그 상황에서, 라디오 진행자가 어청수 청장의 ‘법적 대응’ 발언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김병화 총경은 듣는 사람을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게 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국제 앰네스티에 대해 청장님이 법적 대응을 천명하셨지만 아직까지는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법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와 ‘법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발언에 주목해보자. 법적 대'을 어디를 통해 제기해야 할지 방향조차 못 잡고 무턱대고 내뱉은 발언이라는 이야기다. 국내에 해야 할까? 국외에 해야 할까? 앞서 지적했듯이, 국내에 ‘법적 대응’을 제기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믿을 사람 중에는, 어지간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제외해야 한다. 그걸 누가 믿나? 경찰이나 믿지. 그 광경 자체도 이미 지적했듯이 세계적으로 내세워 자랑할 만한 한 편의 명 코미디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법적 대응’을 시도한다면 국제 앰네스티 본부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제 문제로 확산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국외에 제기해야 할까?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해야 할까? UN을 거쳐야 할 텐데, 과연 일국의 경찰청장이 “어디에 법적 대응할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식의” 법적 대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재 UN 사무총장은 한국인이다. 또다시 국제적으로 망신주려고 작정한 것일까?


애초에 ‘명박산성’ 등의 컨테이너 및 차벽을 설치해 위헌 요소 짙은 현행법인 ‘집시법’에서도 명기된 ‘청와대 앞 100미터 시위 보장’조차 가로막은 당사자는 누구일까? 경찰이다. 자신들의 시위 진압의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현행법조차도 자의적으로 해석해 편한 대로만 적용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경찰 아닌가. 시위대의 행진에 대해 인도와 횡단보도 등에서도 가리지 않고 나타나 막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경찰이다. 지난 토요일 시위에서도 청계광장에서도 우르르 몰려다니며 시위참가자들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은 경찰이 아니면 허깨비일까? 경찰은 그걸 ‘통제 노력’이라고 말하나? 확실히, 원문에는 ‘과도한’이란 뜻은 없다. 그렇다고 경찰이 과도한이란 말에 대해 문제제기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 번 거론해야겠다. 대한민국 경찰은 ‘초등학생 연행’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전 국민에게 보여준 바 있다. 그것도 “덩치가 커서 중학생인 줄 알았다”는 해명과 함께 말이다. 중학생을 연행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게 과도하지 않으면 뭐가 과도한 것일까?

 

 

▲ 시위대를 향해 직접 쏘는 물대포는 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지금 경찰은 함부로 사용을 하고 있다. 실명은 물론이고 늑골 골절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많다. (사진:오마이뉴스)



누구, 경찰에 ‘헌법 제37조 2항’ 강의해주실 분?


다시 김병화 총경의 '해명'으로 돌아 가보면, 그는 또다시 경찰의 현실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촛불시위에 대처하는 검찰과 경찰의 방식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어 헌법 제37조 2항에 위배된다는 이야기를 다시 강조한다.


[헌법 제 37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존중ㆍ제한’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공권력, 그리고 실정법과 현행법 등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사례에 부합한다. 이들이 애지중지하는 ‘집시법’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집시법이 위헌인 이유가 곧바로 발견된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까지 사실상 침해하는 집시법은 사실상 위헌에 해당한다.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위헌이 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판단해 봐야 한다. 헌법과 어긋나는 실정법 및 현행법을 근거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 폭력적인 과잉진압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금지원칙의 위반’이다. 자신들에 유리한 현행법은 헌법보다 상위개념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글쎄, 그건 독재정권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게다가, ‘지켜보던 만화편집자’와 ‘23세 여대생 폭행설’에 관련해서는 “인권 침해의 근거로 제시한 일부 사례조차 그 사실 자체가 없거나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한 김병화 총경,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첨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차피 그 부분의 칼자루는 경찰이 쥐고 있으니까. 다만, 나로서는 김병화 총경이 ‘초등학생 연행’이라는 조직의 너무나도 자랑스럽고도 빛나는 위업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명할지, 그게 궁금할 따름이다. 초등학생 연행, 사실 국제사회에 이것만 알려져도 안 그래도 ‘인권지도국’인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직격탄이 날아올 것이다. 경찰이 해야 하는 것은 겸허한 반성이다. 쓸데없는 오역 시비는 이제라도 그만두고 ‘초등학생 연행’에 대한 해명을 비롯해, 지난 토요일 촛불문화제 이후의 가두행진에 대해 왜 인도에서부터 전경 병력을 우르르 이동시켜가면서 행진 자체를 막으려 했는지부터 해명하길 바란다. 더 이상의 ‘분노의 역류’ 유발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