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급하게 나섰다. 자칫 하다간 상당히 민망해질 수 있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김희진 사무국장의 말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21일 국제 앰네스티의 촛불집회 참가자 인권 침해 사례 조사와 관련, “경찰의 정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19일 노마 강 마이코 국제 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이 발표한 다섯 가지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반박자료를 내고,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과 보도자료 오역 부분에 대한 정정 기자회견과 정정 보도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김희진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보도자료 중 오역한 부분에 대해 언론사들에게 정정 보도를 요청해 정정 내용이 보도됐고, 경찰 관계자가 반박자료를 전달해줄 때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직접 경찰에게 일부 반박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며 이미 논란이 된 오역 부분과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한 정정이 끝났음을 밝혔다.
▲촛불집회 ‘강경진압’의 당사자로 지휘 계통도 무시고 관할 서장에게 직접 무전 지시까지한 어청수 경찰청장. ‘80년대식 탄압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까’라며 기자 앞에서 말하기도 했다. (사진:오마이뉴스)
경찰, “앰네스티 조사는 실재하지 않는 인물, 범죄혐의자 일방적 주장 담은 것?”
우선 경찰이 국제 앰네스티에 정정을 요구한 부분은 총 5가지다.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경찰의 ‘과도한 무력사용’의 사례로, 지난달 29일 전경 5~6명이 여성 시위자를 곤봉과 발을 사용해 폭행해 여성 시위자의 오른팔이 부러지고, 머리가 부어올랐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사자가 입원한 한양대학병원의 차트에 의하면 팔이 부러지지 않았다”고 반박한 다음, “우발적인 사고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경찰의 ‘자의적인 구금’의 사례로 제시한 만화편집자의 사례는 실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표적탄압’의 사례로 제시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에 대해서는 “이들은 불법ㆍ폭력시위를 주도하는 등 한국의 집시법 및 형법 등의 실정법을 위반한 이들”이라며 “범죄혐의를 받고 도피 중인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인용하여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한국경찰의 명예를 심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긴 전까지 무죄를 인정하는 ‘무죄추정주의’ 원칙을 스스로 발로 차 버렸다. 단순한 혐의자일뿐인 사람의 말이라 할지라도 귀담아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것은 국제적인 망신거리다.
▲ 촛불집회 관련 인권 침해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 엠네스티가 파견한 노마 강 무이코씨가 지난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앰네스티)
더불어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한국 경찰이 의료조치를 미비하게 했다”며 제시한 사례에 대해서는 “당시 당사자가 ‘참을만하니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당사자가 쓴 동일 내용의 자필 메모까지 첨부해 정정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귀하가 보도 자료를 통해 뚜렷한 근거자료 없이 ‘일부 구금자들이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나 형벌에 처해졌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경찰의 반박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보도 자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뜻이 있다”며 조목조목 경찰의 반박내용을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첫 번째 반박 내용의 경우, 당시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과 한국지부 조사관이 함께 한양대병원에 들러 직접 피해자의 골절 사실을 확인했고, 당사자도 진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 사무국장은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의 첫 메모에서 ‘June. 1. 8 am’이라고 적혀있던 것이 착오로 보도 자료에서 ‘June.8’로 바뀌었다”며 “날짜는 즉시 수정할 것이나 자의적 구금 사례로 제시된 만화편집자는 실존 인물”이라며 정정 불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세 번째 사례는 경찰이 그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을 알겠다”며 사실정정의 문제가 아닌 의견의 차이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네 번째 사례로 제시된 피해자 경우 경찰이 반박자료에서 제시한 인물은 이름 등 인적사항으로 확인해 본 결과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조사한 인물이 아니다.”며 “오히려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은 개인정보를 이렇게 간단히 경찰이 제3자에게 제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무국장은 “경찰이 다섯 번째로 정정을 요구한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나 형벌’은 국제협약인 ‘고문방지협약’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의 반박문을 전달받은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현장에서 경찰에게 충분히 설명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경찰청이 21일 국제 앰네스티의 조사결과 정정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경찰이 오히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입을 모아 성토하고 있다.
누리꾼, “왜 저 말 안 나오나 했다, 국제적 망신은 다한다.”
우선 국제 앰네스티는 경찰의 반박 내용을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영문으로 된 반박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김 사무국장은 “노마 강 마이코 조사관이 직접 읽어본 뒤 국제 앰네스티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대개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 해당 정부가 논평 등을 통해 보고서에 대해 불신을 표현하는 경우는 봐 왔지만 아직 보고서도 안 나왔는데 경찰이 단계를 뛰어넘어 조급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한편, 누리꾼들도 “경찰이 오히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입을 모아 성토하고 있다. 누리꾼 ‘untitle’은 “왜 저 말이 경찰의 입에서 안 나오나 했다”며 “뭐만 했다면 저 소리지, 국제적 망신은 있는 대로 다 당하겠다”고 꼬집었고, 누리꾼 ‘분홍공주’는 “만약에 소송했다가 지면 국제적 망신이다. 정말 창피하다”고 한탄했다. 누리꾼 ‘frued’는 “북한인권 비난할 때는 앰네스티 인용하더니, 자기들한테 삐딱하게 보이니 소송 건다네”라며 경찰의 이중적인 잣대를 비판했다. 특히 누리꾼 ‘레드’는 “전직 대통령, 조중동 광고불 매 네티즌, PD수첩 등등 자국민한테는 소송을 밥 먹듯 하면서 일국의 대통령을 매국노로 기사화한 요미우리는 왜 가만 두느냐”며 “요 몇 달 돌아가는 꼬락서니 보면 우리나라 같지 않고 독재후진국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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