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검찰 고소 권유, 윤리강령 10조 위반”

녹색세상 2008. 7. 16. 16:05
 

“신고 있을 경우 민사소송에 도움될 것” 발언

검찰 관계자 “고소인 펀드는 중립성 훼손 행위”


조중동 광고 싣지 말기 운동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업체를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통해 고소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과잉 수사 논란뿐 아니라 ‘검사윤리강령’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통상 고소ㆍ고발을 토대로 하거나,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인지수사 형식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광고주 압박 수사는 고소ㆍ고발이 있었던 것도, 검찰이 자체 판단에 따라 실태 파악 뒤 인지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20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부랴부랴 수사에 나섰다.

 

 ▲ 검찰이 8일 ‘조중동 광고 안 싣기 운동’ 관련 게시글을 게시한 누리꾼 2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자 누리꾼들이 관련 기사에 비판 댓글을 달고 있다. (인터넷화면 캡쳐)



이번 수사가 일반적인 것과 다른 대목은 다른 곳에서도 눈에 띈다. 검찰은 애초 “범죄행위인지 모르고 가만히 있는 잠재적인 피해자들이 많이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신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법적 분쟁을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또 수사팀 관계자는 “고소나 신고가 있을 경우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훨씬 용이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피의자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수사의 결론을 내리고 검찰 업무와 상관없는 ‘피해자’들의 민사소송까지 챙기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또 형사사건에 민사 판례를 거론하고, 국내에서 처벌 사례를 찾기 어렵자 외국 사례를 언급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의 ‘기대’와는 달리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고도 한참 고소ㆍ고발이 없다가 최근에야 업체 대여섯 군데가 누리꾼들을 고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업체들이 고소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 판단에 따라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데도 고소를 권유한 것은, 업체들이 검찰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부담감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검찰이 업체에 고소를 권유한 것은 법무부가 지난해 3월 개정한 검사윤리강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윤리강령 10조는 “검사는 인권보호 수사 준칙을 준수하고,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주장을 경청하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건 관계인을 친절하게 대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고소를 권유하거나, 민사소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고소인의 편에서 수사하겠다는 의미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를 요구한 검사윤리강령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업무방해 범죄냐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냐를 두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고소를 권유했다면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