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한승수 총리, 기고만장” 국회 현안질의 둘째 날

녹색세상 2008. 7. 18. 20:53
 

“물대포는 평화적 진압” “구본홍 씨 능력 있어”

야당 의원들 “촛불시위 땐 고개 숙이더니…”


국회에서 긴급현안질의가 이어진 18일, 답변석에 선 한승수 국무총리는 시종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물대포가 가장 평화적인 진압방법”이라고 답변하는가 하면, 하루 전 ‘날치기 주총’이란 비판을 받으며 ‘와이티엔(YTN)’ 사장에 취임한 구본홍 씨를 두고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국민 앞에 머리 숙이던 모습과 뚜렷이 대비되는 한 총리의 ‘변화’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기고만장해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총리는 이날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하는 경찰들의 사진을 들고 나와 “6·25 때 인민군이 시장바닥에서 경찰관을 붙잡아 인민재판을 벌인 거나 다름없는 상황 아니냐”고 따지자,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물대포가 나왔는데 다른 어떤 나라의 진압보다 훨씬 평화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

 

▲한승수 총리가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이날 발표한 촛불집회 관련 경찰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그는 특히 비난의 초점이 됐던 물대포 직사와 관련해 “정부로서 가능한 한 최소의 무력을 사용하면서 이와 같은 시위자들의 폭력적인 행위를 제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물대포가 최소의 무력이라는 설명이다. 한 총리는 언론장악 음모를 캐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는 ‘물타기’식 답변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에 임명한 것은 정권의 입맛대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김종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 중책을 맡는 것은 반대하지만 자격 있는 사람이 맡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반대한다. 구 사장은 ‘문화방송’ 보도본부장까지 했던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언론 통제 의도를 물었는데, 한 총리는 ‘능력’으로 말을 돌려 초점을 흐린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이 “검찰이 <케이비에스> 정연주 사장을 소환하려고 전방위 수사를 하고 있는데, 언론장악의 중심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 최 위원장이 사퇴할 용의는 없느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그분이 일 잘하기를 바라는 국민도 많다는 걸 알아달라”며 다시금 본질 회피성 답변으로 응수했다. 자신에게 사퇴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총리는 김 의원이 “내각 총사퇴를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럴 거면 무엇하려고 총사퇴한다고 했냐. 총리는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데 대해 “사의 표시는 시기상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총리는 촛불집회에 대한 과잉ㆍ폭력 진압으로 야권의 표적이 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감싸기로 일관했다. 그는 조배숙 민주당 의원이 어 청장의 파면을 요구한 데 대해 “폭력시위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가 맞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양지만 쫓다 살아남은 사람다운 면모를 과감히 보여준 한승수 씨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할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한겨레/인용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