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행한 사고 막기 위해 최루액 살포 등 강력 대응할 수밖에”
29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최루액 살포’ 등 강경 진압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도 “경찰이 80년대 군사독재를 방불케 하는 진압을 하고 있다”면서 “폭력과 탄압으로 촛불을 끌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부터 예정된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심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제4브리핑룸에서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노동부 장관과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과격폭력시위 관련 대국민 발표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어제 저녁 또 다시 서울 도심에서 과격 폭력시위가 벌어져 시민과 경찰 양쪽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운을 뗀 뒤,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망치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쇠줄까지 사용해 경찰버스를 탈취 및 전복하고, 새총 등을 동원해 전경을 공격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김경한(가운데) 법무부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4브리핑룸에서 ‘폭력시위 엄정 사법처리’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희 노동부장관,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김 법무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정부는 담화를 통해 평화적인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이어 김 장관은 “정부는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추가협상 등으로 최선을 다했고, 또 국민들이 정부에 요구했던 사항들이 대부분 반영됐다”며 “촛불집회가 쇠고기 문제를 떠나 정부의 정당한 정책 수행을 반대하고 정부의 정체성까지 부정하며 과격 폭력화 되는 불법집단행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장관은 “초반에 평화적이었던 촛불집회가 소수 주도의 과격폭력 시위, 조직적 깃발시위로 변해가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물리적 충돌에 의한 불행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게 최루액 살포 등 법에 따른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과격ㆍ폭력시위를 조장, 선동하거나 극렬 폭력 행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해 엄정하게 사법 조치할 방침”이라며 “파괴된 기물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시민 부상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전의경 부상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날을 세워 공격했다. 김 장관은 “어젯밤 100여 명이 넘는 전의경들이 더쳤다”며 “이 중 상당수가 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장관은 “부상당한 전의경들은 총 400여 명에 달한다”며 “100대가 넘는 경찰버스와 1400여 점의 경찰 장비도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장관은 “시위가 두 달째 계속되면서 주변 상가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국가신인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외국 투자자와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 세계가 유가 급등으로 위기에 몰려 있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폭력시위가 계속될 경우 누가 우리나라에 믿고 투자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불법폭력시위는 서민경제를 죽이는 일이고 그 피해는 묵묵하게 일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장관은 “국가 현안을 다뤄야 할 국회의원들 중 일부가 시위에 참가하여 불법폭력집회를 격려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따져 물었고, 민주노총을 향해서는 “불법적인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산 쇠고기 운송과 출하 저지를 즉각 중단하라”고 대국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등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발표 직후 바로 자리를 떴다.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으면 배경과 근거를 명확히 밝히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거만 촛불을 들고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국민들을 향해 협박만 자행한 저들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맞는지 의문이다.
대책회의 ‘국민 인권이 경찰의 군홧발에 짓눌린 사건’
한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도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밤 촛불집회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국민의 인권이 경찰의 군홧발에 짓눌린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대책회의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돌, 쇠뭉치, 소화기 등을 던지는 ‘살인미수’ 행위를 했으며, 비무장 여성을 4~5명의 경찰이 수차례 발로 밟고 곤봉으로 집단 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는 1980년대 군사독재를 방불케 하는 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책회의는 “폭력 탄압이 더욱 야만적으로 흐르는 것은 광우병 위험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경찰의 폭력 탄압과 시민의 저항에 쏠리게 하고 시민을 폭력 시위자로 매도함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책회의는 “폭력과 탄압으로 촛불을 끌 수는 없다”면서 “80년대식 진압은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저항을 상승, 발전시킬 뿐이지만 국민은 더욱 평화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리의 민주주의를 맞보고 생생하게 체험한 국민들의 한층 성숙한 민주의식은 경찰의 몽둥이와 방패로 결코 막을 수 없음을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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