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청장 “80년대 진압 고려” 발언 이틀 만에 현실로
진압봉ㆍ방패 마구 휘둘러…종로쪽 수십 명 무차별 연행
▲촛불문화제가 열린 이후 경찰의 최대 ‘강경진압’이 펼쳐진 29일 새벽, 서울시의회 앞에서 전경들이 시민들에게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고 있다.
12시20분께 태평로 쪽에서도 경찰의 진압이 시작됐다. 수십명의 전경들이 “와”하는 함성을 지르며 시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병력이 경찰들에 의해 포위되자 12시30분께 수백명의 병력이 방패와 진압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마치 80년대 진압방식이 부활한 듯하다. 경찰은 이에 앞서 촛불시위에 대한 진압 방식을 검거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0년대식 강경진압을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틀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경찰들은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휘두르며 진압봉으로 가격하거나, 방패로 찍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큰 부상을 입었다. ‘한겨레’ 취재영상팀 박종찬ㆍ허재현 기자와 ‘문화방송’ 송양환 기자도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 허 기자는 “기자라는 신분을 밝혔음에도 무차별적으로 때렸다”며 “일반 시민들에겐 오죽 했겠나”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경찰들이 갑자기 분말소화기를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뛰어와 무서웠다”며 “많은 사람들이 방패에 찍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이에 앞서, 12시께부터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르면서 경찰의 진압이 시작된 종로 쪽에선 수십 명의 연행자가 나왔다. 경찰은 인도 쪽에 있거나 현장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있다. 연행 과정에서 체포전담반이 경찰과 말다툼을 벌이거나, 욕설을 한 시민들을 표적삼아 연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취재 중이던 ‘한겨레’ 김성환 기자도 경찰에 의해 두 번이나 연행될 뻔했다.
오문수 종로경찰서장이 진압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시위대는 종로1가 뤼미에르 빌딩 인근 도로까지 밀렸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로 빠졌다. 이 곳에는 6천~7천명의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한편, 28일 촛불집회에선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사용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상봉 ‘라디오21’ 기자는 “9시20분께 물대포를 맞았는데, 염산 냄새가 나고 순간 아찔했다. 물대포 수압도 세진데다 최루액까지 섞인 것 같다”며 “눈에 물대포를 맞았던 3명이 병원에 실려 갔고, 함께 물대포를 맞았던 다른 동료도 지금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실제 10시10분께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가 ‘라디오21’ 중계를 하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겨레/최현준 기자)
▲ 28일 광화문에서 계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분말소화기와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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