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퇴진 때까지 싸우겠다.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항의도 못했는데요. 어제 경찰 연행과정에서 상체를, 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말을 채 잊지 못했다. 25일 오후부터 26일까지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있어 어떻게 이 일을 받아들여야 하나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했다. 이정희 의원은 “5공 이후 전경버스를 타고 경찰서 앞마당까지 잡혀간 국회의원은 내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YS시절 김근태 의원이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다가 곧바로 풀려난 일은 있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전경버스에 실려 경찰서 앞마당까지 연행된 것은 전두환 정권 이후 처음이라는 것. 이정희 의원은 26일 오전 은평경찰서를 나서던 가운데 ‘오마이뉴스’와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어제 전경차 앞쪽에 서서 경찰의 불법연행을 막아서는데 남자 경찰들이 2~3차례 몰려와 전경 차에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사건이 빚어졌다”며 “맨 마지막에 여경 5명이 올 때까지 남성 경찰들이 가슴 쪽을 잡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경찰의 성추행을 문제 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그 당시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성추행을 문제 삼을 겨를이 없었다.”며 “전경차를 붙들고 불법연행을 막는 데만 신경이 가 있었다”고 전했다.
▲ 26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관보에 올릴 예정인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앞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다가 경찰에게 강제 연행되어 전경버스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이 의원은 “경찰이 뒤에서 상체 앞쪽을 잡아당기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성추행을 범한 경찰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며 “책임자가 누구냐, 당장 나와 사과하라고 했지만 계속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연행 당시부터 경찰을 향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직접 밝혔지만 경찰은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심지어 한 경찰간부는 전경버스에 탄 뒤에 보좌관에게 ‘국회의원인데 설마 구속영장 청구하겠느냐’고 비아냥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격분했다. 특히 이 의원은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불법연행은 경찰의 고의성이 매우 짙다”며 “제 발로 전경차에 올랐다는 경찰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불법연행을 자처한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어 청장의 퇴진이 있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정희 의원 “불법연행 항의하던 국회의원까지 강제연행하다니”
이정희 의원은 25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1987년 6월 최루탄과 전경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었던 독재정권이 시민의 힘으로 무너졌다”며 “2008년 대낮에 대한민국 땅을 걸어가다가 이유 없이 경찰에 가로막혀 불법 연행에 항의하던 국회의원까지 강제로 끌고 전경차에 태워가야 정권이 유지되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반성문 쓴 지 며칠이나 됐다고 시민의 걸음마저 막아서느냐”며 “물대포로 시민을 겨냥하고 군홧발로 짓밟는 경찰,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없이 반성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강제연행에 항의하며 1시간이나 전경 버스에서 내려주지 않던 경찰이 막상 은평서에 도착한 뒤로는 서장이 ‘국정 운영에 바쁘실 텐데 차나 한 잔 하시고 가시라’해서 기가 막혔다”며 “경찰 현장 책임자더러 상황 보고하라고 할 때는 말도 안 듣고 전경 버스에 밀어 넣더니 경찰서 오니까 국회의원 대우를 한다.”고 이중적인 경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시절 이영순 의원을 방패로 찍고, 이랜드노동자들 농성장에서 심상정 의원을 상의가 벗겨지도록 강제로 끌어낸 경찰의 못된 버릇은 갈수록 악랄해져만 간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까지 강제 연행하고 성추행까지 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찰은 분명 ‘권력의 졸개’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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