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힘든 줄다리기로 일주일을 보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협상 내용을 발표하면서 어려웠던 협상의 이면도 털어놨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 달리, 김 본부장이 ‘판을 깨고’ 협상장을 나오려 했던 것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얘기는 김 본부장이 미국과의 합의내용 골간인 ▲30개월령 미만 증명 프로그램 운영 ▲검역권한 강화 ▲머리부분. 척수 금수 ▲합의사항의 수입위생조건 부칙명기 등 4개항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4개항중 첫 번 째는 협상초기 진전을 봤지만 나머지는 잘 풀리지 않아 귀국을 결심하려 했었으며 그 뒤 한 번 더 귀국결심을 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공방전을 벌이던 그는 협상 사흘째였던 15일(현지시간) 다음날 접촉을 앞두고 “기술적 협의는 추후 진행하자”는 말만 남긴 채 기차 편으로 뉴욕까지 이동했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워싱턴으로 귀환했다.
김 본부장의 말대로라면 ‘벼랑 끝 전술’을 두 번 구사했다는 것이지만 두 번째 귀국결심이 언제, 어떤 계기로 인해서였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무척 아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촛불민심’을 이용했다는 것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했다.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이 촛불시위에 나서고 서울광장과 태평로 일대가 무수한 촛불로 메워진 지난 10일 시위모습을 대형 사진으로 인화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 측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쪽이 과학을 이야기할 때 ‘과학만으로 모든 게 되지 않는다. 이것을 봐라’고 이야기했고 미국 쪽도 이해하는 모습이었다”면서 촛불민심이 유효적절한 협상무기였음을 부인하지 않았으나 검역주권이나 특정위험물질(SRM)과 같은 국민의 건강과 같은 문제에 대해 얻은 것이 전혀 없으니 하나마나한 말이 아니고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얻어 온 게 전혀 없는 협상을 왜 하러 갔으며, 제대로 못 했다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를 빌어야지 정말 갑갑한 무개념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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